[CEO 칼럼] 깊어진 대출금리 갈아타기 고민


요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고민이 깊다. 몇 년 전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데 당장 갈아타야 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반면에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조만간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행된다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것인지,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 대규모 기관은 금리 스와프 거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개인의 경우는 이도 어렵고 절반씩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혼합해서 대출을 받는 것도 은행의 채권 확보 관례상 쉽지 않다.

미 출구전략 앞두고 서민들 좌불안석

사실 요즘 우리나라 은행권 예대금리는 그 방향성과 속도 및 진폭 면에서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올 들어 국내 경기가 조금씩 회복 양상을 보이고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임박설이 유력한데도 은행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오히려 내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600여조원에 달하는 원화 여유 자금은 주식과 펀드에서 예금 등 안정적인 투자처로 갈아타기를 지속하고 있고 출구전략 이후 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라는 판단으로 일시적으로 유입된 외국인 금융투자자금 덕분에 상승세를 보여야 할 은행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오히려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어느 금융전문가도 요즘 좌불안석인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 확실한 권고를 해주기 어렵다.

유럽의 복잡한 도시를 여행하다가 좁은 골목길에 막혀 길을 찾기 어려울 때는 그 지역에서 조금 높은 성당이나 사탑에 올라가 전 지역을 조망해보면 갈 길을 찾기 쉬워진다. 살아가면서 현안문제에 막혀 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역사책을 꺼내서 읽어보면 의외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원리 때문이다.

금리문제도 1920년대의 대공황 이후 구미에서 세 차례에 걸려 실시된 통화 확장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의 흐름을 상기해보면 최근의 금리 흐름이 어디로 갈 것인지 보다 명확해진다. 경기 쇠퇴기에 공격적인 돈 풀기는 일시적으로 경기 부양이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순기능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결국은 유동성 함정이나 자산버블을 야기해 궁극적으로 금융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장기적으로 고정금리 선택 바람직

2008년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은 중앙은행의 문을 열었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과 글로벌 무역, 자본의 흐름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다들 우려했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정책이 시행되면 채권금리와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이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또 다른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저축에 얼마의 빚을 보태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서민들에게 앞으로 얼마의 이자를 더 내거나 덜 낼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해서 부담을 덜어드렸으면 좋겠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과거의 사례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금리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고 불확실성에 노출됐을 때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 정도가 작지 않음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다소 불이익이 있더라도 장기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다수의 선진국도 주택담보대출은 장기 고정금리를 추구해왔고 우리 정부도 가계부채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같은 정책방향을 채택하고 있는 점을 보면 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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