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집단소송의 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시민들의 권리의식 강화로 피해보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변호사들도 새 수익모델로 집단소송 대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이미 ‘집단소송 천국’ 시대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법원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삼성ㆍLGㆍ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소비자 혹은 소액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해 법원에 계류중인 소송 건수는 10여건이 넘는다. 소규모 집단소송까지 더할 경우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제기된 주요 집단소송으로는 국내 대기업 L사가 해킹으로 의심되는 사고로 인해 입사지원자 168명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33억원의 소송을 당했다. 국민은행 고객 1,026명도 3만명의 고객정보가 담긴 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을 회사측의 잘못으로 다른 고객들에게 발송돼 피해를 입었다며 3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 법원에 계류 중이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 리니지2 회원들의 개인정보 유출소송으로 곤혹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에는 회원 100여명으로부터 정보유출 관련 소송을 당했다.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도 종신 연금보험인 ‘백수보험’에 가입한 한모씨 등 가입자로부터 355억원대의 대규모 집단소송에 휘말려 있다.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체도 집단소송의 타깃이 되고 있다. 기아차의 쏘렌토 구입 고객 320여명은 차량에 하자가 있다며 6억원을 청구, 1심에 계류 중이다. 이밖에도 KT&G는 폐암환자와 유족 31명으로부터 흡연으로 인한 암발병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고 터보테크ㆍ두산산업개발 등은 소액주주들이 분식회계로 주가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계류 중이다. 집단소송 대상도 분식회계 관련 피해에서부터 온라인상 개인정보 유출, 허위광고에 따른 피해 등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정경선 변호사는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개인정보 유출 등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초비상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경우 대기업들은 투명회계가 자리잡아 소송을 당할 건수가 거의 없지만, 예상치 못한 사소한 실수로 시도 때도 없이 집단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내수침체, 북한 핵실험 사태 등으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집단소송이라는 복병이 기업의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잘못이 있으면 고객들이 법적절차를 통해 권익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막대한 소송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집단소송에 걸리면 소송내용에 상관없이 부도덕한 기업처럼 비쳐져 대외이미지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