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M&A와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

최근 국내 인수합병(M&A)시장이 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 및 금융기관들, 즉 옛 대우ㆍ현대그룹 계열사, 외환은행ㆍLG카드 등이 매각대상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M&A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크게 제고됨에 따라 이들을 인수하기 위한 투자자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매각 대상 물건들 중 상당수의 거래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되고 있어 어느 투자자도 매각 대상 물건을 단독으로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M&A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사모펀드, 각종 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의 바람직한 역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매각 대상 물건들은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될 것인데 재무적 투자자들이 직접 인수 주체로 나서 전략적 투자자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전략적 투자자들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아울러 재무적 투자자간에도 연계를 강화해 규모의 경제를 갖춰나갈 필요성도 있다. 전략적 투자자들과의 컨소시엄 투자가 성공적인 M&A로 귀결되게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경영 및 기업지배구조의 정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견제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인수구조 등과 관련한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 등도 재무적 투자자들이 주력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공개된 M&A 물건에서 나아가 저평가된 사전 구조조정형 M&A 대상 물건을 찾아내 이를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거쳐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후 회수하는 바이아웃(Buy-out)형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Buy-out투자의 성공사례가 축적되면 우리 M&A시장이 경제의 상시 구조조정에 기여하는 기능을 수행함은 물론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선순환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재무적 투자자들의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는 시각이 보다 확산되고 PEF 등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최근 정부가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PEF의 최소출자금액 하향조정, PEF의 투자의무비율 완화 및 부실채권투자 허용 등 규제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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