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매매가와 따로논다
최근 3년동안 가격상승률차이 6~7%P 달해… 집값급락 요인 될수도
하반기 최대물량 입주, 逆전세난 심화
아파트의 전세가격 변화가 매매가격 동향보다 수개월 앞서 나타나는 ‘선행현상’이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전세 수요의 상당수가 매매 수요로 이어지면서 전세가격의 변화가 수개월 이후 매매가격에 영향을 주는 ‘선행지표’역할을 해 왔지만 최근 2~3년간 매매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 같은 상관관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
특히 전세-매매가격 간 괴리 확대는 앞으로 집 값 급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7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1, 2002년 전국 전세가격은 연간 각 16.4%, 10.1% 상승했지만 지난해에는 –1.4%로 급락했으며,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의 상승률도 0.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 2001년 9.9%, 2002년 16.4%에 이어 지난해에도 5.7% 올라 3년 동안 전세-매매가격 상승률간 차이는 6~7%포인트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전세-매매가격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입주물량 부족으로 급상승한 전세 값이 2002년 이후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및 주거형 오피스텔의 대량공급으로 하락 반전한데 반해 매매가격은 2002년 서울지역 상승률이 27.3%에 육박하는 등 급등세를 지속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을 경우 전세 입주자가 주택 매매에 나서는 수요 전환구조가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세-매매가격 간 괴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 같은 매커니즘이 붕괴되고 있는 것.
특히 올 들어 주택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전세가격 하락세 지속이 하반기 이후 매매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전세-매매가격 간의 차이가 확대되는데다 그나마 내놓은 전세 매물이 팔리지 않아 매매 수요가 위축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형성될 공산이 크다는 것.
실제 최근 들어 아파트 매매는 물론 전세 매물마저 소화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사철까지 이어질 경우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정도 만큼 매매가격의 내림세가 이어지는 완만한 하향 조정이 아니라 급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현재 전세가격 약세는 수요 부족보다 거래 자체가 단절된 데 따른 원인이 더욱 크다”며“특히 전세-매매가격 간 연동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시장구조에서 거래 위축은 시장 침체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입력시간 : 2004-06-07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