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에 간다고 해서 너무 엄숙하게 생각할 것 없다. 템플스테이는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좋은 전통 문화 체험 코스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전북 부안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을 포행(布行·산책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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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명상과 참선으로 내 마음 씻으리
템플스테이
양평=글ㆍ사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도움말=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절에 간다고 해서 너무 엄숙하게 생각할 것 없다. 템플스테이는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좋은 전통 문화 체험 코스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전북 부안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을 포행(布行·산책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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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들어 휴가의 한 방법으로 인기가 높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러 경기도 양평 용문사를 찾은 날은 피로에 찌든 채였다.
아침부터 커피를 석 잔이나 마시고 담배를 거푸 피워대다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오전부터 찾아온 손님을 만나고 밀린 일을 허둥지둥 처리한 뒤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후에 용문사를 찾아가는 길에서도 마음은 착잡했다. 절에서는 기본적으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는 걸 떠올리니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조금이라도 더 자고싶어 하는 소시민들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기상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개의 절들이 그렇듯 용문사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다. 용문산 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거진 숲 속 계곡 물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가면 절이 나타난다.
“방은 이 곳을 쓰시고, 먼저 수련복 부터 갈아입으십시오.”
절 방에 짐을 풀 뒤 수련복으로 건네받은 옷은 티셔츠 한 장과 회색 바지 한 장. 회색 바지는 허리와 발목에 고무줄이 들어간 고쟁이 같은 형태인데 입고 걸어보니 이보다 더 편한 옷이 없다.
용문사에서 평일에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새벽과 저녁에 열리는 예불에 참석하고 세끼 공양(식사) 시간을 지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른바 ‘휴식형’ 템플스테이인데, 자연 좋은 곳에서 몸과 정신의 피로를 풀고 짧은 시간이나마 전통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체험하라는 코스다. 주말 템플스테이는 입재식, 참선, 등산, 예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채워 진행하고 있지만 평일 템플스테이 손님들은 ‘스스로 그렇다’는 자연(自然)의 말뜻처럼 자연 속에서 스스로 알아서 휴식하면 그만이다.
산사에서 몇 시간만 있으면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도시에서 쌓인 피로가 풀리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점이다. 아마도 자연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저녁 8시가 넘으면 적막과 고요가 찾아오고, 다음날 새벽 4시 30분 일어났을 때 들리는 소리는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 뿐. 5시면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리고 예불이 시작된다. 식사는 채식이고 스트레스도 없으니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
절에서 만난 회사원 정상희(35) 씨는 “휴가기간 몸보다도 정신을 쉬고 싶어 템플스테이를 선택했다”며 “당초 2박 3일을 생각했지만 며칠 더 쉬다 가야겠다”고 말했다. 용문사에서 템플스테이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천진행 보살은 “혼자 먼 산을 바라봐도 참선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지내다 가면 된다”고 했다. 참선과 수행을 통해 마음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는 것보다는 ‘보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권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새로운 문화 코드로 각광받는 템플스테이를 소개한다. 한국 불교 1600년 동안 절은 원래 아무나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 듯이 템플스테이 또한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저렴한 비용에 즐길 수 있다. 붐비는 관광지에서 보내는 휴가와는 차원이 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이다.
2002 월드컵 때 외국인들에 인기
1박2일 숙식에 1~3만원선 종교·신분 무관 누구에든 개방
프로그램은 참석자 짜기 나름… 어린이 수련회 마련한 사찰도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 외국인들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한 것이 요즘 유행하는 템플스테이의 시초입니다. 그때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무엇이었느냐는 설문을 했어요. 1위가 붉은 악마, 2위가 바로 템플스테이었지요. 한국의 사찰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큰 문화충격이었나 봅니다."
용문사 주지 보인(普仁) 스님은 템플스테이의 시작이 지난 2002년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때 외국인들의 문화 욕구를 위해 시작한 템플스테이가 뜻밖의 큰 반응을 얻었고 곧 내국인 대상으로 확대돼 지금과 같이 대중의 호응을 얻게 됐다. 불교계는 템플스테이가 본격적으로 대중화 된 것을 2004년으로 본다.
불교계에서 템플스테이의 의미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뜻깊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사찰이 개방된 것은 템플스테이가 처음이다. 예부터 절은 누구나 구경하고 참배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관광객들이 절에서 자고 갈 수 있게끔 산문(山門)이 개방된 것은 템플스테이가 처음이다. 보인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종교나 신분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절에서 먹고 자면서 수행자들의 생활을 지켜볼 수 있게 한 것은 불교계가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절도 사람 사는 곳
절이라고 해서 너무 엄숙한 마음으로 템플스테이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실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면 우선 '절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는 스님들이 족구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템플스테이를 하면 실제 스님들이 족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스" "마이볼"을 외치는 것도 일반인과 비슷하고 '인이냐 아웃이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똑같다. 천재행 보살은 "템플스테이 손님들이 '어, 스님들도 족구를 하네'하고 느끼는 것도 불교 문화를 체험하는 일부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템플스테이의 인기가 높아지자 조계종은 산하 전국 50여 개 사찰이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 절이나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계종이 개별 사찰의 시설 등을 면밀이 검토한 뒤 템플스테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찰들은 관광객들이 좀 더 알차게 쉬다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크게 전통 문화 체험과 수행, 휴식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사찰마다 특색을 살리는 추세가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의 골굴사 같은 절에는 사찰의 전통무예 선무도를 가르쳐주는 이색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다.
절에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이 있다. 이를 가르쳐주는 행사를 '습의'라고 하며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를 계획하기 전 미리 알고 가는 게 더 낫다. 절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은 ▦가급적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을 갖는다 ▦예불에 참석한다 ▦공양(식사) 시간에 늦지 않는다 ▦늦은 밤 중에 사찰을 배회하지 않는다 ▦방은 스스로 정리한다 등이다.
어떤 절이든 보통 새벽 5시와 저녁 6~7시에 예불이 있고, 아침 점심 저녁 공양 시간은 새벽 5시, 정오, 오후 5시로 정해져 있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절은 샤워 시설 등 편의 시설이 잘 돼 있는 편이라 여행객은 세면 도구와 수건만 챙기면 된다. 또 하나, 산사의 밤은 꽤 어둡기 때문에 손전등을 챙기는 게 좋다.
산사에서 주는 공양은 기본적으로 채식이다. 템플스테이 손님들은 공양주들이 준비해주는 밥을 먹으면 된다. 우리 어른들이 '절밥은 다 맛있다'고 했듯이 어떤 절이든 정성껏 만든 식사를 제공한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는 영양의 균형을 생각해 약간의 육류 반찬이 나오기도 한다.
템플스테이 참가 문의와 예약은 대부분 절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며,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팀(02-7329925~7ㆍ인터넷 www.templestay.com)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 이용 요금은 꽤 저렴한 편이다. 1박2일에 3만 원을 받는 절이 가장 많으며, 1만 원만 내면 되는 곳도 있다.
■올해의 템플스테이
2006년 조계종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 내내 열려 있다는 점이다. 7~8월 두 달간은 주말 뿐 아니라 평일에도 템플스테이를 갈 수 있다. 현재 상시적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절은 골굴사, 구룡사, 기림사, 대흥사, 대승사, 묘각사, 무상사, 백련사, 보광사, 삼화사, 수도사, 실상사, 연등국제선원, 영평사, 월정사, 지광사, 직지사, 용문사, 전등사, 약천사 등 모두 19곳. 7~8월 주말 템플스테이는 대부분 예약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평일 또한 미리미리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올해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수련회 성격의 템플스테이도 많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1주일 단위의 전문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인데 전통 문화를 체험하기에 좋다.
아동 대상 템플스테이는 한문학당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해남 미황사 한문학당은 탁본과 다도(茶道) 등을 함께 가르치고 있으며 서산 부석사 한문학당은 야생화 등 생태체험과 함께 열리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행 중심 프로그램이 유명한 절은 길상사, 무상사, 백양사, 범어사, 불회사, 수덕사, 송광사, 자광사, 통도사, 해인사, 화엄사, 법주사, 광명사 등이 있는데, 올해 들어서는 초심자와 경험자를 나눠 단계적으로 수행을 가르치는 코스가 늘고 있다.
이밖에 특징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는 대원사의 인도불교문화 체험, 영평사의 백련꽃차 만들기, 오케스트라와 찬불가가 어우러진 미황사의 음악 여행 등이 있다.
한편 전라남도는 여행사 하나강산(www.hanakangsan.com)과 함께 템플스테이, 교통, 관광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요금은 성인 9만 5.000원, 어린이 8만 5,000원.
입력시간 : 2006/07/26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