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자사주 매입이 '소문에 사서뉴스에 팔라'는 증시의 오래된 격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소문'이 퍼진 지난 10일 4.21% 급등에 이어 발표 당일인 13일 3.83%나 오르더니 14일에도 다소 힘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2%대의 상승을 유지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기때문이다.
시장은 지금 다른 회사는 상상도 못할 2조원이라는 거액이 자금을 지분 일부를사들이는데 기꺼이 쓸 수 있는 '글로벌 초우량 IT기업' 삼성전자의 현금 동원력과이에 따른 시장 상승추세의 유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서 삼성전자가 당초 3.4분기 실적발표 전후가 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의외의 시점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도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적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기본적으로 세계 IT경기의 하강에 따라불가피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3.4분기 실적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 쳐놓은 '방탄막'이라는 것.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기간이 오는 17일부터 12월16일까지로 3.4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연간은 물론, 내년 상반기 실적전망이 대거 쏟아져나올 시점이어서 '천하의삼성전자'도 좌우하기 힘든 글로벌 IT경기의 동향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때라는 점이 이같은 분석의 한 근거다.
신영증권 심효섭 애널리스트는 "2002년 이후 다섯 차례의 자사주 취득결의 발표시점을 보면 주가가 상승추세에 있을 때는 실적발표시점, 주가가 하락추세에 있을때는 실적발표 한 달 전쯤 취득결의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적발표 한 달전에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을 해석해보면 삼성전자가 3분기실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며 오히려 3분기 실적이시장컨센서스인 영업이익 3조5천억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적에 대한 우려는 시장컨센서스가 영업이익 3조5천억원으로 2.4분기의 3조7천억원대에 비해 줄어있다는 사실만봐도 어느 정도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IT 하강기에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반등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추세적 상승을 이끌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 이후 두 번의 IT경기 하강기 삼성전자의 주가움직임을 보면, 분기이익저점을 1년 앞두고 2개 분기에 걸쳐 급락한 뒤 나머지 기간은 상승이 아니라 자사주매입효과를 반영한 조정국면이었고 현재가 그 시점에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가 예상보다 덜 악화될 수는 있지만 역시 이익 기여도가 큰 통신장비부문의 수익성도 복병이다.
LG투자증권도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와함께 핵심 수익부문인 통신장비의 이익전망을 상당폭 하향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6월 이후 휴대전화 출하대수가 3개월 지속 감소하고 있는 국면"이라며 3.4분기 삼성전자 휴대폰 영업이익률을 15.6%에서 14.8%로, 영업이익규모를 기존 전망치보다 11% 줄어든 6천52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급개선 못지 않게 실적 전망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