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4분기 담배 수입액이 전년 동기보다 71.9% 이상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한 직후부터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수입이 급증했다. 확 풀린 수입담배는 담배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부응해 한 갑당 가격을 2,000원씩 올린 KT&G와 달리 외국계 담배업체들은 인상폭을 낮추거나 인상시기를 늦췄다.
당연히 순수 국산담배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담배 소매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1월 중 순수 국산담배의 점유율은 지역에 따라 30~50%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외국계 업체의 점유율이 그만큼 늘어났다. 외국계 담배업체도 국내에 생산공장을 갖춘 마당에 굳이 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고 점유율 추이를 걱정하는 게 온당치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르는 소리다.
가뜩이나 외국계 업체들은 영업에서 손실이 나도 이익을 보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복잡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금을 환급 받으면 담배를 싸게 팔아도 흑자가 가능하다. 구조적으로 흑자를 보장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중장기 경영성과는 뻔한 것이다. 국산 브랜드인 KT&G의 발이 묶여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결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고용이 떨어지고 담배 농가의 판로 축소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젊은 소비층의 '학습효과'다. 거리낌 없이 외국 브랜드 담배를 구매하는 젊은 계층이 소비의 주력으로 부상한 뒤에는 국산제품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시장교란 외에 미군 면세점을 통한 불법 유출 정황이 드러나도 단속실적은 전무하다.
국세청과 경찰이 합동단속을 펼치겠다는 정부의 으름장은 말뿐이다. 외국계에 시장을 헌납하려고 담뱃값을 올린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마땅히 후속조치에 나서야 한다. 시장교란에 대한 단속과 대응이 없다면 담뱃값 인상은 두고두고 실책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