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연휴를 끝낸 외국인투자가들이 기대와 달리 국내 주식을 소폭 매도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번 연휴를 끝내면 본격적인 주식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다.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미 우량 주식을 중심으로 매수할 만큼 매수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보유주식을 대거 매도할 가능성은 적지만 그렇다고 추가 매수할 여지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W.I.CARR증권 서울지점 김기태이사는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을 만나본 결과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자세는 여전히 중립적』이라며 『그동안 투자기피 수준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최근 국내 주식을 다소 서둘러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 같은 수요는 연휴 직전에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가 추수감사절 연휴 직후 크게 하락했으며 홍콩, 태국등 여타 아시아 이머징마켓 주가도 동반하락한 것이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자세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매 위축을 유발시키는 것은 또 일본 엔화가치가 불안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과 국내 주식가격이 단기에 급등했다는 점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록 국내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는 있으나 환율변화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매매시기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 강헌구 이사는 『일본 엔화가치가 1달러당 122~123엔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을 사려는 외국인투자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또 『최근 한달간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외국인투자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포트폴리오투자 차원에서 접근한 투자자들뿐 아니라 주가지수선물과 연계해 매수한 투자자들도 상당수 눈에 띤다』며 『주가지수선물 고평가 현상이 해소돼 현물 주식에 대한 매물 부담이 커진다면 외국인투자가들 역시 매도 규모를 늘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주식시장 자체 요인인 연말 증자물량에 대한 부담감과 오는 12월10일의 주가지수선물 및 옵션 만기결제일을 앞둔 프로그램 매매물량의 매도가능성등도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가들은 연말 증자물량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선물 및 옵션 결제일을 맞아 주가가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예상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매수 시기 자체를 유보하는 모습이 짙다』고 전한다.
이 밖에 롱텀케피탈등 주요 해지펀드들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연말 환매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식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로인해 일본 엔화환율이 안정을 되찾는등 특별한 호재가 나타날 때까지는 외국인 매매가 당분간 적극적으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김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