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등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의 금연 관련 규제가 기존 무역, 투자 규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남발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1면과 16면 전면을 할애해 선진국의 금연 추세로 시장을 잃은 미국과 유럽의 담배회사들이 국제무역 소송에 익숙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을 각종 규정을 들이대 겁을 주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으로 흡연율이 매우 낮았던 아프리카는 최근 흡연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각국은 국민 건강 차원에서 광고 제한과 청소년 교육 등 각종 금연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런 정책을 내놓기가 무섭게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금연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해당국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미비아와 가봉, 토고와 우간다 등 4개국은 최근 집중적으로 이와 같은 협박에 시달렸다.
호주의 담배 규제 전문가 조너선 리버만은 담배 업계가 이런 편지와 협박으로 “(개발도상국을) 위협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담배 업계가 이런 위협을 할 수 있는 것은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해 체결된 무역 협정들이 기업들에 직접 상대국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짜여져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당수 국가들은 담배 업체들이 근거 없는 소송을 걸더라도 이를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국제법 관련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도는 규모의 담배 공룡 필립모리스로부터 소송을 당한 우루과이는 한때 자국의 담배 규제를 축소할 것까지 고려했다.
그러다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사재를 털어 소송비용을 기부한 끝에 규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담배 규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와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태평양 11개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 무역대표부는 상대국에 담배 규제가 무역협상으로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담배업계뿐 아니라 다른 미국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신들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설탕과 소다음료 등 다른 업계까지 동조했기 때문이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개도국의 담배 소비는 2배나 증가했다. 전세계 담배의 4분의 3은 개도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담배가 에이즈나 말라리아, 결핵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이들을 사망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5년 발효된 국제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는 170개국이 서명한 상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