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장, 외환은행쪽 서시라"

금융협에 모인 은행장들 M&A이슈 관련 뼈있는 농담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조치엔 "단기자금 유입 억제효과" 평가

우리금융 입찰 마감을 일주일 남기고 외환은행 인수전까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은행장들이 19일 모처럼 자리를 함께했다. 은행장들은 인수합병(M&A)과 관련해 뼈 있는 농담을 서로 하면서도 핵심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말을 아꼈다. 19일 한국은행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는 행장들 간에 대화 과정에서 서로를 머쓱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어지며 '큰 웃음'이 터졌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협의회장에서 기념촬영 자세를 잡는 도중 김정태 하나은행행장이 뒤늦게 도착하자 "왜 우리 쪽으로 오시느냐. 외환은행 쪽에 서시라"며 다른 행장들과 함께 그를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서 있는 쪽으로 떠밀었다.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도 오른쪽에 있는 김정태 행장에게 "외환은행 뭐 한다며"라면서 외환은행장 옆자리로 바꿔주려 했고 김 행장은 이에 "내가 영어를 못해서"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바꾸지 않아 참석했던 행장들이 크게 웃는 일이 발생한 것. 김 행장으로서는 민감한 시기에 괜한 오해를 사려 하지 않았던 셈이다. 김 행장은 실제로 계속되는 관심에 "어제 회장님(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말씀을 아주 많이 하셨다. 요즘 갑자기 그러시는 것 같다"면서도 인수와 관련된 질문에는 "나도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 은행장은 또 윤용로 기업은행장을 향해 "IBK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되겠네"라고 말을 건넸고 윤 행장은 "우리가 인수하면 바로 1등이죠"라며 받아 넘기기도 했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감독 당국의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당국이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는 문제가 아니고 산은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산은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매각 주체인 외환은행의 클레인 행장은 "'굿모닝'이라는 말밖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지난 18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에 대해 "거시건전성 제고에 필요한 조치이며 이번 조치가 장기 투자자금보다는 투기성 단기자금의 유입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장들은 또 부동산시장과 관련,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도권 매매가격의 하락세가 둔화되는 등 침체상태가 완화되는 기미가 있으나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윤용로 중소기업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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