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2년 아시아는 지금도...

아시아 환란의 진원인 타이의 바트화 폭락은 국제투기성 자금(핫 머니)의 끈질긴 공격에서 시작됐다. 경상수지 적자·외채증가·금융기관 부실·바트화 고평가·무리한 환율정책 등이 핫 머니가 노리기에 알맞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바트화가 두손을 들면서 불과 한달도 채 못돼 인도네시아의 루피아, 필리핀의 페소화,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가 「도미노 게임」식으로 차례 차례무너졌다. 그 6개월후에는 한국이 국가부도사태를 맞은 것이다.동남아제국에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당시 재정경제원장관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이들 나라와 다르다」는 말로 자신만만해 했다. 타이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신경을 고추 세웠더라면 IMF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기야 국민들도 소득 1만달러에 도취해 있었으니 어느 누구의 경고도 소귀에 경(經) 읽기였다. 지난해 타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5개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평균 마이너스 6.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마이너스 5.8%였다. 올해 동남아 5개국은 인도네시아의 마이너스 3.9%를 제외, 모두 1~3%의 플러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은 플러스 6%대로, 환란을 당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이들나라에 비해 IMF프로그램을 비교적 성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해외신인도도 올라간 때문이다. 언제 또다시 국제 투기자본의 무차별 공격이 재개될는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간 공조체제가 필수적이다.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선진 8개국정상회담(G8)도 핫 머니의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자본의 국제간 이동자유화 원칙에 따라 이를 규제할 길이 없다. 방법은 핫 머니가 파고 들 틈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선은 적정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가 좀 회복됐다고 해서 각 부문의 구조조정 고삐가 느슨해지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아시아를 휩쓴 환란은 아직도 계속 중이다. 완전히 가시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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