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는 경영진의 잘못에 관대하다고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미국의 경영진들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쫓겨나다시피 자리에서 물러나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전 투자 실패로 씨티그룹에서 해고됐다가 최근 부도 위기의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며 월가의 비상한 주목을 받은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스코시스템즈 등 대형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CSFB의 스타 뱅커로 대접 받다 지난 2003년 정보 누설 혐의로 월가에서 퇴출됐던 프랭크 쿼트론도 최근 정보기술(IT) 관련 투자자문을 하는 부티크를 세우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밖에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 피트 피터슨 블랙스톤그룹 공동 창업자,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 등도 혹독한 실패를 겪고 최고 자리에 올랐다.
금융계에 이처럼 ‘패자부활’ 사례가 많은 것은 투자 실적의 극심한 변동성 탓에 경영진의 교체가 잦을 수밖에 없지만, 복잡한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인력 풀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조지아대학의 앤드류 워드 교수는 “금융 섹터는 통상 실적 등에 변동성이 크기 마련이고, 이는 실패한 투자를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모펀드나 투자자문업 등이 성장하면서 업종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도 실패한 경영자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