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 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중국도 우리 역사에 대한 왜곡과 약탈행위에 나선 것이다. 이는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이 지난 2002년 2월부터 시작한 대형 연구프로젝트인 이른바 `동북공정`의 내용이 밝혀짐에 따라 알려진 사실이다. 5년간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 이 `동북공정`은 엄연히 한국사의 일부인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한다.
중국이 고조선ㆍ고구려ㆍ발해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의도는 뻔하다. 한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 동북삼성, 곧 지린성ㆍ랴오닝성ㆍ헤이룽장성 등에 대해 `만주는 우리 땅`이라는 소리를 꿈에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만주대륙은 고조선의 발상지요, 고조선이 망한 뒤에는 부여와 고구려와 발해가 차례로 일어선 우리 고대사의 중심지였다. 백제는 고구려에서 갈라져나왔고 신라도 본래 만주에서 남하했으니 결국 만주는 우리 민족사의 요람이요 근거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사학자들은 자기네 영토에 있었던 나라였으니 모두 중국사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참으로 단순하고 어리석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우리 정부와 사학계의 태도가 너무나 안이하고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이미 광복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수립 이후 50년이 넘도록 국사와 국어교육을 홀대하고 천대해왔는가 하면, 일제식민사관까지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니까 민족정체성이 결여되고 민족자존심과 긍지도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귀중한 혈세를 엉뚱한 데다 낭비하지 말고 우리 역사를 지키는 사업에 3조원은 고사하고 300억원의 예산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동명성왕이 세우고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이 동북아 최강국으로 만든 대고구려, 명림답부ㆍ을파소ㆍ창조리ㆍ을밀ㆍ온달ㆍ을지문덕ㆍ연개소문 같은 영웅호걸이 용장하게 활약했던 대고구려, 그 고구려의 역사를 빼앗긴다면 우리 민족사는 또 한번의 치욕을 기록할 것이다.
<황원갑(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