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협력社 연쇄부도사태
대금결제연장등 후속조치 시행안돼
11ㆍ3 기업퇴출조치로 협력ㆍ하청업체의 연쇄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협력업체의 대금결제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후속대책이 일선 금융기관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리대상 52개 기업의 총 근로자수가 9만392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8개사 2만2,726명이 1,121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후속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경제ㆍ사회적 불안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정부와 금융권은 4일과 5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후유증 최소화 대책을 논의했다.
5일 금융ㆍ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1ㆍ3 조치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 2억원의 특례보증 ▦대출금 만기연장 ▦상업어음의 대출금전환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산업계는 일선 금융기관들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차 협력업체 479개사 등 1,000여개 하청업체를 거느린 동아건설의 경우 지난 1일 최종부도처리된 직후부터 협력업체 연쇄부도가 시작됐다.
동아건설 사업지원본부 관계자는 “1일 부도이후 2일 하루동안 서울지역 3개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았다”면서 “이번주초까지는 50여개로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법정관리상황에서도 공사를 계속하려면 협력관계가 유지돼야 하지만 자재업체부터 선결제를 요구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공사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설교통부 이명로 건설경제과장은 “퇴출판정난 14개 건설업체가 거느린 하청업체수는 2,500~3,000개로 추산된다”면서 “공공공사 현장은 하도급대금 직불체제로 전환할 것을 시달했지만 상당수의 하청업체는 부도위기를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산대상 18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키로 결정만큼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협력ㆍ하청업체도 우량기업이 아니라면 퇴출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S은행 관계자는 “협력업체 어음할인 실적에 따라 한국은행이 3%의 저리자금을 대준다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면서 “해당기업에도 이미 오래전에 자금지원이 중단됐는데 협력업체에 어떻게 지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부는 4일 제2차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업체, 해외 및 국내 공사, 고용불안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한동 총리 주재로 경제, 통일.외교.안보, 교육.인적자원개발, 사회.복지.문화 등 국정 4개 분야 주무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특히 고용 안정을 위해 ▦이직자 채용장려금 지원 ▦전직희망자에 대한 훈련비 전액 및 수당 지원 ▦실업자에 대한 취직촉진수당 지급 등 재취업 촉진대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퇴출기업으로부터 이직한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에 임금의 2분의 1 내지 3분의 1을 6개월간 지급하고, 전직 훈련을 받는 사람에게는 12만원의 수당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채권은행장들을 소집, 후유증 최소화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토록 당부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김영기기자 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11/0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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