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혁명] 1-3. 21세기인의 생존조건

이용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사이로 훤칠한 미남자가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세련된 몸짓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어 결제하는 모습이 멋지게 부각된다. 그리고 그가 남기는 한마디. `멋지게 쏜다`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한 이동통신회사의 광고다.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폼나게` 보이길 원하는 신세대의 정서를 자극하며 `새로운 결제방식`에 동참하라는 유혹이다. 그러나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단지 `멋진 이미지`만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은 아니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 혜택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적 이득`이라는 미끼가 새로운 결제방식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도 물물교환방식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할까. 앞으로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결제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이 사회에서 온전하게 사는 게 너무너무 불편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이 변화를 요구한다=전자결제시스템의 확대는 정부와 기업에 경제적 효율을 가져온다. 그래서 이들은 각종 혜택으로 개인들의 변화를 종용하고 있다. 정부의 경우 전자결제는 화폐발행 비용을 줄이고, 각 경제주체들의 수입과 지출을 쉽게 파악해 조세징수가 용이해진다는 이점이 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은행점포를 통한 금융서비스 제공비용이 1달러인 반면 ATM(현금자동입출금기)등 자동화기기의 경우 25센트, 인터넷 금융서비스의 경우에는 1센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은행들 역시 인터넷으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아예 면제되거나 창구 거래에 비해 훨씬 싸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만큼 이용자들이 그만큼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기업들도 주문과 대금결제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고객정보를 수집해 마케팅효율을 높일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개인의 전자결제 참여를 유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잇점 때문이다. 정부는 신용카드의 연간 사용액이 총급여액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의 20%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해주는 등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신용카드는 한국은행이 조사한 `1순위 결제수단`에서 이미 작년말 현금(38.5%)을 제치고 58.1%로 선두로 올라섰다. 보유가치 측면에서도 현금이나 수표보다 전자결제가 유리하다. 신용을 제공한 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그만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조하현 연세대학교 교수는 “경제는 효율을 따라 움직인다”며 “전자결제는 `경제적인 결제 방식인 만큼 결국 모두가 적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조영휴 한국전자지불포럼 사무국장은 “전자지불방식을 통해 약 15~20%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미 소비자들은 전자지불이 불러온 유통시장의 변화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는 등 새로운 결제시스템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결제시스템의 혜택을 누리자=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가장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결제수단은 아무래도 신용카드다.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주유할인 서비스가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리터당 40~50원씩 할인돼 준중형차의 경우 한번 주유할 때 마다 약 2,000~3,000원 가량 이득을 보게 된다. 또 신용카드와 연계된 항공마일리지 적립은 보통 1,000원당 1마일씩 적립해 항공권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른 맞춤식 서비스도 등장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용자, 레포츠를 즐기는 사용자, 쇼핑과 육아서비스 등의 이용이 많은 여성사용자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춰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놀이공원 및 스포츠경기 입장권 50% 할인이나 무료입장, 영화할인, 미용실할인, 자동차 구입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적립, 각종 학원할인서비스 등은 신용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부가 혜택들이다. 성형보험, 암보험에 가입해주거나 VIP를 위한 카드를 별도로 마련해 골프라운딩을 예약해주고 면세점과 호텔이용시 할인해주기도 한다. 백화점들이 선보이고 있는 백화점카드는 해당 백화점에서는 가장 유용한 지불수단이다. 3개월 무이자혜택을 받을 수 있고, 5% 정도의 할인도 예사다. 또 백화점카드로 구매해야만 받을 수 있는 사은행사품목도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동전을 꺼내느라 분주한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교통카드 덕분이다. 교통수단에 따라 50원~100원까지 할인이 되는 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 번거로움을 덜어준 동시에 가구당 평균 수만원씩의 교통비를 절감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혜택을 거부한 채 굳이 현금사용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새로운 결제방식에 동참하는 것은 이미 `21세기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