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환율 전쟁터'되나

美·中·日 외교갈등… 기로에 선 한국
美 '위안화 절상 압박' 공식 표명속 印·브라질등 우군 모으기 적극 나서
日 외환시장 개입에 EU 강력 반발… G20서 갈등 불씨 어디로 튈지 촉각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이벤트인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ㆍ중ㆍ일ㆍ유럽연합(EU)의 '환율 전쟁터'로 변질될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G20정상회의에 맞춰 세 규합에 나선 가운데 일본의 예기치 않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미국과 EUㆍ일본의 공조에 심각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G20 정상회의 무대를 위안화 압박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위해 EU는 물론 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까지 동조 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18일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 것은 명백하며 이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다른 나라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면서 "EU와 아시아ㆍ인도ㆍ브라질, 또 다른 개발도상국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위안화 환율 시스템개혁을 위한 지지세력 규합을 추진하겠다"고 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최근 발언을 적극 옹호하는 것으로 앞으로 미국 내에서 위안화 절상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EU 역시 위안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 유로 재무장관회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17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오는 10월 브뤼셀을 방문할 때 환율 문제와 통화정책을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융커 총리는 앞서 "중국 위안화가 유로화에 대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위안화 절상을 위해 한층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어 G20무대에서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와 EU의 부정적 기류로 볼 때 서울 G20 정상회의는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를 논의하려는 당초 의도보다는 위안화 절상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의 예기치 않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미ㆍ일 간 '찰떡 공조'에 금이 가는 것도 문제다. 더구나 미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EU가 일본의 환율시장 개입에 매우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어 일본의 환시장 개입에 따른 갈등의 불똥이 G20정상회의로 튈지도 모를 상황이다. 일본의 집권 민주당은 미국과 EU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경선 승리 이후 내각 지지율이 64.4%까지 수직 상승해 정책 추진 동력이 커진 것도 일본이 외환시장에 추가 개입할 것이라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지난 17일 내각회의 후 "정부의 방침은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것으로 이는 변함이 없다"며 강조했다. 일본은 15일 이후 외환시장에 2조엔을 풀었으며 연내에 5~6조엔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외환시장 시장 개입으로 위안화 압박전선에 혼선이 생긴 미국이 양적 완화 시기를 앞당길 경우 일본의 정책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시장개입에 따른 엔화 약세로 오는 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국채와 모기지증권(MBS)의 매입을 재기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엔 총회기간인 23일 개최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총리의 개별 정상회담은 미ㆍ중ㆍ일 환율 전쟁이 향후 어디로 튈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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