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분당신도시 전경.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판교 등 2기 신도시에 비해 더 엄격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적용되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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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중에 일산에는 있고 판교에는 없는 것, 위례신도시 내 서울 지역에는 있고 하남ㆍ성남 지역에는 없는 것.’
바로 1주택보유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의무거주’다.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지역에 따라 차등적용을 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당시 정부는 서울과 과천 및 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1기 신도시 지역에 대해서는 ‘3년 보유’ 외에 ‘1년 거주’ 규정을 둬 다른 지역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으며 이후 이들 지역에 대한 의무거주요건은 ‘2년’으로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이 규정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손질 없이 계속 유지돼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된 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5개 신도시는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수도권 지역에 비해 과중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분양가보다 4억원 이상 집값이 뛴 판교신도시조차 의무 거주 요건이 없다. 계약자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취득 후 3년만 지나면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분양 예정인 위례신도시 중대형(전용 85㎡초과) 민영아파트의 경우 같은 신도시 내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양도세 비과세 규정이 적용된다. 위례신도시가 서울과 하남ㆍ성남시에 걸쳐 있다 보니 생긴 문제다. 행정구역상 서울에 속한 아파트단지는 2년을 거주해야 하지만 하남ㆍ성남에 속한 단지는 거주 의무 없이 3년만 보유하면 양도세가 면제된다. 특히 중소형 공공주택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인정돼 행정구역에 관계없이 5년 동안 의무 거주해야 한다. 같은 신도시 내에서 지역ㆍ면적에 따라 의무거주 요건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2년 의무거주 대상 지역이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정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과 한시적 양도세 감면을 지역별로 차등화하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과밀억제권역’과 ‘비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ㆍ자연보전권역)’도 실제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인천 지역은 잘못된 지역 구분으로 시장이 왜곡된 대표적 사례다. 송도ㆍ청라ㆍ영종 등 인천시 3개 경제자유구역은 비과밀억제권역인 성장관리권역에 포함돼 기존 인천시내보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고 양도세도 100% 감면된다. 오히려 집값이 더 낮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지만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는 기존 인천 시내보다 훨씬 규제가 덜한 셈이다.
실제로 청라지구 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양도세 혜택 때문에 최근 분양에서 높은 경쟁률 속에 잇따라 1순위 마감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상반기 송도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5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올 들어 인천시내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미달 사태를 빚으며 미분양이 적체돼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송도ㆍ청라지구 분양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양도세 감면의 영향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규제의 기준으로 삼은 과밀억제ㆍ비과밀억제권역이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이 아닌 수도권 산업ㆍ인구의 효율적 배치를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권역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기 집값 상승 억제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대한 치밀한 분석 없이 ‘행정 편의주의’적 잣대를 끌어다 쓰다 보니 시장과 동떨어진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 대한 전매제한 강화 역시 시세차익이 큰 ‘강남권’의 투기차단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하다 보니 최대 5년인 다른 수도권 택지지구에 비해 두배에 달하는 과도한 기간 동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과도한 전매제한은 상대적으로 시세차익이 낮은 수도권 보금자리 지구에도 그대로 적용됨으로써 정부 스스로 보금자리 수요를 강남에 집중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 85㎡짜리 중소형 아파트에 7~10년의 전매제한을 적용하게 되면 가족구성원 의 변화와 관계없이 계약자들은 거주지를 옮길 수도 없게 된다”며 “하남 미사ㆍ고양 원흥이 당초 예상보다 당첨 커트라인이 크게 낮아진 것도 이 같은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