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급등하면서 추가 하락에 따른 우려감을 불식시켰다.
2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28.34포인트(4.98%)나 오른 597.36포인트로 마감, 600선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지난 주 증시를 억눌렀던 북핵 리스크와 사스(SARS)공포가 완화되고 환율까지 급락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미국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했다. 증시 내부적으로는 외국인들이 이틀째 선물시장에서 대량 매수에 나서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한 것이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날의 주가상승에 대해 상승추세로 전환했다기보다는 하락추세를 마무리했다고 봐야 한다며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상승추세로의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야기다.
옵션만기일을 앞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크고 급증하고 있는 개인들의 미수금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정리돼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국내에 들어온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신용상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지도 아직 미지수여서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의 매수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증시가 이번 상승에 힘입어 그 동안의 하락국면에서 벗어나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전략으로는 대형주 중심에서 중소형주 중심으로 단기 공략대상을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악재 우위에서 호재 우위로 전환되고 있는 증시=이날 증시에서는 다양한 재료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이슈인 북핵문제가 `비관론`에서 `신중한 낙관론`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결렬로 해석된 베이징 회담에서 북ㆍ미간에 일괄타결 제안이 오간 것으로 확인돼 북핵 문제에 대한 `긍정론`이 확산되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 본토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사스(SARS)가 홍콩과 동남아 등 주변국에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전일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99%ㆍ1.93% 상승한 점도 매수심리를 자극시켰다.
수급상으로도 외국인이 이틀째 선물시장에서 대량 순매수를 벌임에 따라 프로그램 매수세가 1,250억원 어치 유입된 것도 상승 폭을 키우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원ㆍ달러환율 하락도 지수상승에 힘이 됐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술적인 반등이 가능한 시점에서 악재들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하락추세에서 박스권으로 회귀=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의 상승세가 더 이어져 상승추세로 다시 들어설 가능성보다는 박스권 장세로 회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증시의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한 북핵 문제가 비관론에서 긍정론으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완전타결을 위해서는 수많은 진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장세는 마치 아라크전쟁 발발 초기국면과 흡사하다”며 “북핵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고비마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급부담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징검다리 연휴 다음인 다음달 7일이 옵션만기일이어서 매수차익 잔액 청산을 위한 프로그램 매도세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은 단기매매 성향이 높아 언제든지 매도공세를 펼 수 있다. 7,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미수금도 정리해야 할 매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이면 미국 주요기업의 실적발표가 마무리돼 앞으로 미국 경제지표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지표에 대해 낙관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한한 국제신용평가기관 발표에 촉각=박스권 장세가 상승 또는 하락 중에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지는 외국인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외국인 매매동향과 관련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안은 S&P사 실사단이 지난 28일 내한해 내달 1일까지 연례협의를 갖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사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외국인 매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종합주가지수가 560~630선의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는 제한적인 종목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매물부담이 있는 대형주가 장세를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별 재료를 보유한 중소형주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