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의 마지막 전시로 스웨덴 출신 현대미술가 나탈리 뒤버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음산한 느낌의 작품들은 인간이 회피하고자 하는 두려움과 무의식을 은유한다. 사진제공=프라다트랜스포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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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 회장은 왜 나탈리 뒤버그(31ㆍ사진)에 열광하는 것일까. 왜 가장 영향력있는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자상’을 그녀에게 쥐어준 것일까.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촉망 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스웨덴 출신 나탈리 뒤버그가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13일 경희궁 옆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버그는 “전시 주제인 ‘턴 인투 미’(Turn into Me)는 관람객을 다른 세상으로, 무의식의 영역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서게끔 유도하는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뒤버그는 점토로 만든 작은 인형과 이를 움직여 ‘스톱모션’(Stop Motion)으로 제작한 영상물로 유명하다. 작품 형식은 아기자기한데 반해 작품의 주제는 죽음과 공포, 전쟁과 인종차별, 성문제 등 범인류적이며 진지하다. 파격적인 주제를 은유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서 작가의 진가가 드러난다.
뒤버그는 “파괴적 이미지가 강한 내 작품들이 한국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면서 “두려움과 공포, 이에 대한 대처가 내 작품의 주된 주제인데 한국의 젊은이들과 예술학도들에게 자유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높이 21m의 전시장은 어둑한 분위기가 동굴 같은 느낌을 풍긴다. 십자가형 바닥면의 가운데 바위덩어리 처럼 보이는 설치작품 ‘감자’가 놓여있다. 곳곳에 돋아난 붉은 싹은 독성을 품은 새 생명체라는 역설적 존재다. 흰색 내벽에는 목이 잘린 해골, 번뜩이는 눈동자 등 뒤버그가 그린 강렬한 드로잉이 관람객을 내려다 보고 있다.
상영중인 영상 작품에서는 살인과 껍질 벗기기 등 잔혹한 장면이나 아이가 어머니 자궁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 뚱뚱한 엄마의 몸에 끼어 질식하려 하는 깡마른 딸 등 공포와 애증의 인간관계들이 펼쳐진다.
작가는 이처럼 피하고 싶은 무의식, 금기와 두려움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그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나(작가)와 자신에 대한 다른 해석을 시도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며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고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프라다재단의 전폭적 지지에 대해 뒤버그는 “작품제작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와는 별개로 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프라다재단은 변화를 위한 자극제로서 현대미술을 후원하고 있다.
회전 건축물이 전시 성격에 맞게 ‘변신’하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했으며 패션쇼, 영화 상영 등에 이어 뒤버그의 개인전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시는 15일에 개막해 9월13일까지 열린다. 전시관람은 무료지만 한번에 25명 미만이 입장할 수 있어 예약을 해야 한다. (02)737-4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