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와 실적 쇼크에도 1,900선을 지켜내던 코스피지수가 16일 장중 한때 밑으로 내려갔다. 저조한 중국 경제성장률(GDP) 발표와 미국 보스톤 마라톤 폭탄테러 소식 등 외부 악재까지 겹쳐 급전직하 우려감이 컸지만 정부의 대규모 추경예산 확정 등으로 결국 강보합으로 마무리하며 지수 하단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악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기술(IT) 종목들의 약진 속에 하단을 다져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9%(1.77포인트) 오른 1,922.22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 때 미국 보스톤 마라톤 폭탄테러 소식에 1,986.69포인트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22일(1,899.50포인트) 이후 5개월 여만에 1,900선이 붕괴됐지만 오후 들어 개인과 연기금 등 기관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1,926.65포인트까지 오르며 변동폭을 키웠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북한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저쇼크와 GS건설 실적쇼크 등 악재가 쏟아지며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지수의 일중 변동폭은 1.29%로 지난달(0.85%)과 2월(0.82%)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변동폭이 커지는 것은 국내 증시를 둘러싼 여러 악재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시간을 두고 고개를 들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가 증시에서 갈무리되며 반등을 노리는 사이 GS건설에서 시작된 실적쇼크가 터졌다. 또 전날 중국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예상치(8.0%)를 밑도는 7.7%에 그친데다 미국의 주택시장지수가 최근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축소시켰다.
국내 증시는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전망이 일단 꺾였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개별 종목들이 약진하는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 등 IT주가 버티고 있는 만큼 증시의 추가 하락 우려감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가 증시에 반영되며 지수의 하단을 확인하는 사이 GS건설이 대규모 어닝쇼크를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는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건설과 조선 등 산업재의 실적에 기대감이 없지만 삼성전자는 순항하고 있고 LG전자와 SK하이닉스가 1ㆍ4분기 턴어라운드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실적전망이 좋은 IT섹터와 내수소비 관련주들 위주로 이어지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수하단인 1,850포인트~1,900포인트는 유지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7은 입을 모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장은 악재가 겹치며 위로 올라갈 모멘텀은 제한된 상태지만 IT를 위주로 약진하고 중소형주들도 실적을 내고 있어 하단은 견고한 상태”라며 “정부의 대규모 추경예산이 편성된 가운데 엔저쇼크와 북한악재도 악화흐름에서 벗어나는 상태며 이번주 G20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있기 때문에 증시 하단은 견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성진 센터장도 “현재 상승은 제한돼 있지만 추가하락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더 빠진다면 저가매수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입장변화가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들의 턴어라운드 시점은 1분기 실적확인이 끝나고 2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이 나올 때쯤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국내 IT와 자동차 업종은 엔고현상으로 혜택을 많이 본 것이 사실”이라며 “엔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 때 쌓은 상품 및 품질 경쟁력이 유지되며 좋은 실적을 낸다면 오히려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 증시를 순매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학균 팀장도 “일본 주가가 많이 오르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많이 떨어지며 가격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이 엔저효과를 누리면서도 상반기 내 무역수지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외국인들도 투자전략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