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끝 이재현 회장 겨누나

'조세 포탈 혐의' CJ그룹 압수수색
비자금 조성 단서 포착… 본사ㆍ경영연구소 등 재무 관련 집중 조사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CJ그룹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에 들어가고 있다. /이호재기자

검찰이 해외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일단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조세포탈이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검찰 특별수사 최전선에 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가 나선 만큼 검찰의 칼끝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겨누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1일 오전7시부터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 경영연구소, 임직원들의 자택 등 5~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회계 장부와 자금관리 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통해 위장ㆍ가공 거래로 세금을 탈루,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SPC가 국내 CJ그룹에 물품을 납품한 것처럼 위장하고 그룹은 허위 송장을 발행해 납품 및 원자재 구매 대금을 지불하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CJ그룹이 해외에서 국내로 반입한 비자금 규모는 7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CJ그룹의 수상한 해외 자금 흐름 내역을 포착하고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순히 CJ그룹의 탈세 혐의 규명으로만 끝나지 않고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특별수사를 전담하게 된 중앙지검 특수부가 조세포탈로만 CJ 같은 대기업을 노렸겠느냐는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포탈 혐의만으로도 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설 수는 있지만 CJ 같은 대기업을 수사하는 데 포탈 혐의만 수사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재무담당 임직원의 자택뿐 아니라 CJ그룹의 '오너 타운'으로 알려진 장충동 경영연구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영연구소는 그룹 전반의 경영과 시장 환경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이지만 이 회장 등 CJ 계열 오너들이 외부의 눈에 띄지 않게 그룹과 관련된 핵심 내용을 보고 받고 지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과거 검찰은 주요 그룹을 수사할 때 오너들이 애용하는 기업 연구소와 연수원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은 조세포탈 혐의 입증과 동시에 이 회장을 정점으로 그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 관리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CJ그룹 등 대기업과 미술품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수사 중인 검찰이 CJ그룹과 서미갤러리의 연관관계를 찾는 과정에서 CJ 비자금 단서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CJ 비자금 의혹과) 서미갤러리 탈세 관련성 여부 등은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수사 과정에서 혐의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