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 일각에서 은행에 대한 대규모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또한 이미 공적 자금 투입을 위한 15조엔(약1,120억달러)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공적 자금 투입 대상 일본 은행들이 기술적으로 파산 지경에 처해 있다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장에서는 곧 공적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7일 은행주들은 8.2%나 올랐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 당국자들에게 1999년 9조엔 규모의 공적 자금 투입 후 무엇이 달라졌나를 묻고 싶다. 대답은 불행히도 상황만 더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채무와 디플레이션 문제가 악화되면서 악성 채무 비율은 놀랄 만큼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은행들은 여전히 일본의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다이에 같은 실패한 회사들에게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건데, 일본 정부는 개혁 대신 부실 은행들에게 현금 보급을 늘리는 정책을 택할 것 같다.
정치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다음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분명히 나올 법한 불평들을 사전에 없애자는 것이다.
또 (공적자금 투입 결정은) 4월로 예정된 은행 예금에 대한 보증 철회에 의한 충격을 다소 완화시킬 것이다.
이런 식의 편법은 일본 경제에 오히려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은행의 개혁을 촉구하는 정부의 압력을 약화시키고 1999년 당시 "더 이상의 공적 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웃음거리로 만들 것이다.
수년동안 지속돼온 일본의 은행과 경제 난국에 대한 해법은 분명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와 위축된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방향을 수정해야 했고 악성 채무에 대한 자금 투입을 중단하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했다.
이 같은 점들을 위해 은행들은 지금이라도 악성 채무를 정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전전한 주식들이 유통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동시에 일본은행(BOJ)은 디플레이션을 근절하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등 근본적인 의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구조 개혁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실은 이웃 나라에서 이미 이뤄졌다. 아시아 금융 위기가 시작된 1997년부터 추진되어온 한국의 금융 제도 개혁의 경우 이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의 악성 채무는 줄고 경기는 당시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 서울의 금융 제도 개혁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본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일본의 정치가들은 달갑지는 않겠지만 이웃 나라인 한국의 개혁에서 배울 점을 찾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파이낸셜타임즈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