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이번에는 남미 대국인 브라질에서 맞붙는다. 중국 시진핑 정권이 차이나머니를 무기로 미국의 앞마당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의 힘을 빼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데 맞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10년 만에 브라질을 방문해 중국의 세력확장 견제에 나선다.
중국은 15~16일 6차 브릭스 정상회의 직후 이어지는 시 주석의 브라질 방문을 계기로 브라질과의 경제협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나노기술부터 철도사업에 이르기까지 50여 분야에서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이번 방문기간에 교통·에너지 및 식품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찰스 탕 중국 브라질상공회의소장은 "중국은 브라질 상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철도 투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브라질 정부의 인프라 투자계획과 맞물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내 중국인 토지 등 자산투자도 훨씬 더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중국의 브라질 투자가 인프라부터 금융까지 한꺼번에 이뤄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진행되며 중국 국유은행이 브라질 채권을 사들여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농업투자는 농장 매입 등을 통한 직접투자가 아닌 농산물 가공공장 지분매입 등으로 이뤄졌으나 시 주석의 방문기간에 중국의 브라질 투자 협정도 다시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심해유전 개발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해 10월 다국적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계 최대 심해유전인 브라질 리브라 광구 개발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시 주석 방문기간에 양국 간 원유개발에 이어 해저 송유관, 정유시설 등에 대한 협상도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외교에 공을 들이는 시 주석의 행보를 견제하듯 그동안 중남미 외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일본도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중남미 국가 순방에 나선다. 일본 총리가 브라질과 멕시코 등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10년 만이다. 콜롬비아와 트리니다드토바고 방문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농산물 수출대국인 브라질의 철도와 항만 등 인프라 투자에서 중국과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주요 곡물 수입국인 브라질의 원활한 농산물 수출을 위해 민관 공동으로 인프라 개선 협의회를 설립하고 일본 기업의 브라질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대출 및 보험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아베 정부가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강화를 서두르는 데는 중남미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을 위한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sed.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