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일정책 연구를 위해 백가쟁명식의 논의 장을 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화두로 제시한 통일 구상 및 재원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함인데, 이를 위해 38억원의 자금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통일정책연구와 공론화가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는데다, 연구 역시 각각으로 진행돼 졸속이나 비효율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는 21일 통일 재원 등 통일 관련 정책연구와 공론화 사업에 모두 38억원의 재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의결했다고 통일부가 이날 밝혔다.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으로 이름 지어진 이 사업은 정책연구와 공론화 등 크게 두 부분으로 진행된다.
정책연구는 ▦기본 전략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 ▦통일재원(통일세 포함) 등 5개 프로젝트로 구분돼 각각 컨소시엄 형태의 책임수행기관에 연구용역이 배정된다.
통일부는 조만간 조달청 입찰을 통해 11월 중순이나 하순까지 책임수행기관을 선정키로 했다. 정책연구 용역비로는 15억7,000만원이 배정됐다. 정책연구의 속도와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정책연구 점검단도 구성, 내년 2월에 연구실적의 중간보고를 받고 상반기까지는 완성된 수준의 연구결과를 도출키로 했다.
정책연구와 별도로 국민의 통일논의 공론화 작업도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공론화 책임수행기관은 컨소시엄 형태로 선정하기로 했다.
공론화 책임수행기관은 지역별로 통일재원 등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사업’과 관련한 토론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공론화 분야에 전체 재원 38억원의 56.1%에 해당하는 21억3,000만원을 배정됐다. 대규모 공론화 프로젝트에 따라 토론회나 학술회의 등 민간차원의 통일논의도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는 이 같은 정책연구와 공론화 움직임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사업’에 대한 정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통일부가 통일논의 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책연구와 공론화를 반영한 정부안이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짐에 따라 졸속이나 비효율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예컨대 유기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3대 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한 연구가 각각 진행됨으로써 정책 연구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될 우려도 있다. 또 통일논의 공론화도 내실을 갖추지 못하고 ‘우후죽순’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점진적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북측의 반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정부로서는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