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골프엿보기] 인정이 넘치는 필드

-金憲洙 (경기CC 전무이사)신록의 향기가 가득한 이맘때면 골프장도 덩달아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최근에는 가까운 친구나 가족끼리의 플레이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필드에서의 정성어린 미담도 자주 접하게 된다. 언제가 저희 골프장을 찾은 골퍼 한 분의 얘기를 소개하자고 한다. 그 분은 속칭 머리를 올린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자라서 필드에 나서게 되면 동료들보다 경기보조원의 눈치를 더 살피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부담없이 얼마나 편하게 플레이했는지 모르겠다』며 『기분이 너무 좋아 따로 성의를 표시하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하더라』고 전했다. 그래서 그 분은 「하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우산을 주었다」며 프로급 보조원에 대한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아끼지 않았다. 또 하루는 우리 보조원 한 명이 플레이가 끝난 손님의 골프채를 하도 열심히 닦고 있길래 『수고가 많다』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라운드 내내 손님이 직접 벙커를 정리하는 등 코스를 우리보다 더 아끼면서 자상하게 대해주셔서 작은 정성이나마 전달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즉 자신은 그런 손님에게 만족한 봉사를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자신이 할 수 있는 클럽손질이라도 제대로 해서 번쩍번쩍 윤이나게 해드리고 싶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클럽이 긁히고 색이 바래 그런지 좀처럼 깨끗해 지지 않아 속상하다』면서 『앞으로 클럽 잘 닦는 노하우를 개발해야겠다』며 환하게 웃는 게 아닌가. 참으로 「고객을 감동케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것 같았고 앞만 쳐다보고 달리는 세상에 저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도 있구나 하며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가 아니면 처음부터 하지말고, 교육을 잘 받아서 친절하다는 소리보다는 심성고운 사람을 잘 찾아 뽑았다는 소리 듣도록 하자고 미팅 때마다 일러왔지만 막상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도 기대도 못했다. 대개 18홀 한 라운드를 돌게 되면 보조원에게는 27홀과 맞먹는 거리를 뛰어 다닌 셈이돼 녹초가 되고 만다. 그래서 근무를 마치자마자 바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터인데도 피로한 기색도 없이 내 물건처럼 정성껏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위력이 생각보다 크구나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가 저마다 자기를 알아주고 베풀어줄 때 가장 흐뭇하고 새로운 힘이 솟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했다. 홀마다 웃음이 가득하고 인정이 넘쳐 흐르는 아름다운 코스조성에 흔쾌히 동참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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