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물산·중공업-호텔신라·제일기획 세계화 성큼

■ 이건희 "비 전자부문 글로벌화" 특명 이후…
삼성생명 中·泰 매출 급증… 카드·증권 아직 성과 미미
물산 지사설립 발빠른 행보 중공업 매출 주력 해양으로
제일기획 해외 M&A 가속… 호텔신라 면세점 영역 넓혀


지난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사진) 삼성 회장은 '비 전자계열사'의 글로벌화 라는 특명을 내린다. 금융ㆍ건설ㆍ서비스 등 내수에 치중된 비전자 부문을 '글로벌 회사'로 키워 삼성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들라는 명령이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른 지금 비전자 계열사들은 나름 세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회사별로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삼성그룹 안팎의 평가다.

5일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복귀 이후 두 번에 걸친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금융 등의 최고경영자(CEO)에 전자 출신을 전면 배치하고 CEO들에게 틈날 때마다 글로벌화를 강도 높게 주문해왔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한 성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삼성생명이 앞선 가운데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카드와 증권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시장 위축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화에서도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태국과 중국 등에서 영업하고 있는데 중국은 서부 지역을 추가로 공략하고 베트남 등 신규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시장의 경우 영업망이 기존 3개 지역에 최근 쓰촨(四川)성을 포함해 4곳으로 늘었다. 해외 매출의 경우 중국 법인이 2010년 652억원에서 2011년 670억원으로 증가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신규 개척 여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삼성카드는 글로벌화를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찾기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는 차별적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해외 사무소 업무 강화, 선진사 근무인력 영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영업의 중심지인 홍콩 법인을 축소하고 일단 한국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뉴욕과 런던ㆍ홍콩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중점을 둔다는 전략인데 현재로서는 글로벌화가 다소 후퇴된 느낌이 든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중공업ㆍ건설 부문에서는 삼성물산(건설)의 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경우 임원의 영어 능력 향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파트부터 해외시장 개척 등 외형에까지 다양한 곳에서 글로벌 지표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초고층건물ㆍ발전플랜트 등 23개 전략 분야를 글로벌 일류화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올해 들어 호주ㆍ칠레ㆍ터키ㆍ홍콩ㆍ몽골 등에 지사를 추가로 설립, 해외 지사를 24개로 늘렸다. 정연주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6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후문이다.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또 다른 방향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매출 주력을 조선에서 해양으로 옮기는 것이 그것. 이를 위해 생산조직도 조선과 해양을 같이 묶어 융ㆍ복합화를 추진하고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해양 부문에서 또 한번의 글로벌화를 노리고 있다.

이 회장의 딸들이 지휘하는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경우 제일기획의 공격적 해외 인수합병(M&A)이 단연 눈에 띈다. 제일기획은 미국 광고회사 맥키니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브라보 등 해외 광고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제일기획의 글로벌화'에 매진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면세점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로서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것이 글로벌 성적이다. 호텔신라는 주요 공항에서 면세점이 나올 때마다 입찰에 응할 계획으로 향후 면세점의 글로벌화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전자 계열사 CEO들이 글로벌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회장의 특명인데다 세계화 성적이 곧 승진이냐, 연임이냐, 교체냐의 큰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관계자는 "비전자 계열사들의 경우 각 기업의 글로벌 수준이 올해 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CEO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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