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공계 인재의 국외 두뇌 유출이 많다.
한국 이공계 인재의 국내 취업 기피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지난해 한국의 두뇌유출(Brain Drain) 지수가 4.63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IMD가 고안한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인재가 많아 국가경제 피해가 심하고, 반대로 10에 가까울수록 인재가 대부분 고국에서 활동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 대상 60개국 중 두뇌유출이 가장 적은 국가는 노르웨이(1위·8.04)고, 2위는 스위스(7.6), 3위는 스웨덴(7.51), 4위는 핀란드(7.28), 5위는 미국(7.11)이다.
한국(4.63)의 순위는 37위다.
두뇌유출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 국가는 불가리아(60위·1.68)다. 56위는 러시아(2.51), 57위는 폴란드(2.33), 58위는 헝가리(2.31), 59위는 베네수엘라(1.83)다.
한국은 2011년에는 59개국 중 44위(3.68), 2012년에는 59개국 중 49위(3.40)를 차지했다. 지난해 순위(37위)는 2011년, 2012년보다는 상승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인재는 해외 취업이 적기 때문에 이 지수는 사실상 이공계 분야 인재들의 두뇌유출을 의미한다.
IMD의 이런 조사 결과는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세계 최상위권인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총 연구개발비용은 492억달러(55조4501억원)로 미국(4,152억달러), 일본(1,998억달러), 중국(1,344억달러), 독일(1,39억달러), 프랑스(624억달러)에 이어 세계 6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36%로 이스라엘(4.38%)에 이어 세계 2위다. 3위는 핀란드(3.78%), 4위는 일본(3.39%), 5위는 스웨덴(3.37%), 6위는 덴마크(3.09%)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유인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연구 환경이 국내에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국내에서 일하는 이공계 박사 1,4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2%는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부족한 연구 환경’이 52.3%로 가장 많고 이어 ‘자녀교육’(14.0%), ‘외국 정착’(7.8%), ‘임금 수준’(6.4%) 등이 뒤를 이었다.
2010년 기준 한국 내 이공계 박사 학위자의 평균 연봉은 6,881만원으로, 미국 내 박사 평균 9,317만원(달러당 1,156원으로 계산)의 74% 수준이다.
미국과학재단(NSF)이 2008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과학기술보건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가운데 54%가 미국에 남고 44%만 한국으로 돌아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공계 인력 유출입 실태조사’를 보면 이공계 대학원생은 2006년 1만866명이 해외로 나갔으나 2011년에는 1만2240명이 나가 연평균 2.4%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연구개발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너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기준 한국 전체 기업의 연구개발비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4.2%에 달하지만, 중소기업은 13.4%에 불과하다.
업체당 연간 연구개발비는 대기업이 평균 346억원으로 중소기업(5억원)의 70배에 이르고, 업체당 연구인력은 대기업이 163명으로 중소기업(5.1명)의 32배에 달한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연구개발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우수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