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제도 손질한다

옵션만기일 도이치증권의 대량매도로 인한 국내 증시 충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관련 제도 손질을 검토하고 나섰다. 1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매매주체가 된 외국인투자자들의 프로그램매매 사전 공시 위반과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있었던 동시호가 시간 외국인 대량매도에 대한 사태 파악이 완료되는 대로 제도 개선 논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해 안에 제도개선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외국인 대량매도의 이유, 주체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대체로 ▦옵션 포지션 한도 설정 ▦사후증거금 제도 개선 등이 논의 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선물에 비해 옵션거래의 시장영향력이 과소평가돼 온데다가 사후증거금 제도의 존재로 인해 투자손실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규제의 폭과 강도도 달라질 것”이라며 “사실규명의 과정에만 시간이 소요될 뿐 이후 제도를 고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규제의 강도가 세질수록 옵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돼 옵션거래가 줄어들면 증권업계에도 손해가 불파피하기 때문에 고통분담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상품성격과 거래가 비교적 단순한 선물과 달리 옵션은 종목마다 위험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규제를 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ㆍ운용ㆍ선물회사 등도 제도 개선 논의에 앞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외국인 대량매도로 큰 손해를 입은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안의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는 대로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