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저임금제도가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에서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노인빈곤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본래 최저임금제도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그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최저임금의 한계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고용기회를 박탈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피해 또한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것이 상례이다.
지난해 말 이후 취업자 수가 2개월 동안 11만명 넘게 감소하고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사정 악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공기업ㆍ대기업 등 소위 괜찮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임금삭감(또는 반납)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이 가능해 비교적 충격을 줄일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만 하는 취약계층이다. 올해 1월의 고용통계에서 임시ㆍ일용직의 일자리가 약 17만개 감소했고 자영업자 역시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불황의 피해가 한계ㆍ영세기업에 종사하는 임시직ㆍ일용직ㆍ고령자 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추진함에 있어 착안해야 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취약계층의 임금ㆍ근로조건 악화를 통해 ‘빈곤을 야기’한다는 구태의연한 인식에서 벗어나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빈곤을 예방’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만 하는 것이다. 고령자를 비롯한 취업 애로 계층들은 높은 임금수준이 아니라 단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300만명 중 170만명이 최저임금 이하를 받더라도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최저임금 감액적용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부 저하시키는 기능을 가져올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극심한 경기침체로 당장 눈에 보이는 제도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자칫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할 뻔했던 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되고 향후 경기가 호전되면 신규고용이 크게 확대될 여지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취약계층의 ‘근로조건 유지ㆍ향상’이라는 그릇된 명분에만 매몰돼 있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미루는 것은 일자리 위기를 더욱 심화시킴은 물론 취약계층을 방기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