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민영물량 기대반 우려반

건설사 땅값 싸고 사업성 뛰어나 택지분양에 올인속
기존 택지지구서 추진하던 사업은 큰 타격 입을듯


올 하반기부터 공급될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영 물량에 대해 건설업계의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들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영 물량은 땅값이 싸고 사업성도 뛰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에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서 추진하던 사업들은 청약 예ㆍ부금 수요층이 겹치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유주택자의 '이전 수요'까지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빨아들일 경우 사실상 수도권 택지지구 사업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일단 올해 하반기부터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간 택지를 분양받는 데 '올인'하겠다면서도 기존에 분양 또는 매입해놓은 사업지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건설업계, 보금자리 택지분양에 올인=정부가 지난 3차 지구까지 발표한 15개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에서 배정된 민영 물량은 총 5만2,000여가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에서는 1만3,578가구의 민영 물량을 공급할 택지가 올해 6월부터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공급되며 보금자리주택 2차 지구와 3차 지구에서도 각각 1만6,000가구, 3만3,500가구 규모를 건설할 택지가 단계적으로 분양된다.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에서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 택지만 공급될 것으로 보이지만 하남 미사, 광명 시흥 등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는 중소형 택지도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대형 택지의 경우 감정가(조성원가의 130~150%)로 공급되고 중소형 택지는 기존의 공급가격(조성원가의 110%)을 유지할지, 중대형과 마찬가지로 감정가를 도입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일단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영 택지를 분양받는 데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중견건설사의 한 주택영업본부장은 "현재 수도권에서 사업성이 담보되는 땅은 보금자리주택 지구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며 "주택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참여해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택지지구 땅은 어떻게 하나=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영 물량 공급이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영 물량은 중대형의 경우 채권입찰제가 적용된다 해도 주변시세의 80% 수준에 공급될 것으로 보이고 중소형도 보금자리주택처럼 '반값' 수준은 아니어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분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택지를 분양받은 업체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의 외주 본부장은 "고양 삼송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등 기존 택지지구 주변에서 보금자리주택 내 민영 물량이 더 싼 가격에 공급될 경우 이들 택지지구의 사업성은 사실상 제로가 된다고 봐야 한다"며 "극단적으로 기존에 분양받은 땅을 되팔아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영 물량 40% 수준까지 늘려달라=건설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지구 내 민영 물량을 40% 수준까지 늘리거나 기존 택지지구에서 공급받은 택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S건설사 주택영업본부장은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내 민영 물량을 늘려 민간의 몫을 확대하든지 기존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분양한 중대형 택지를 중소형으로 용도변경을 시켜주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에 대해 서민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지구에서 민영 물량을 절반에 가깝도록 늘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