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상銀 사칭 브로커 경계령

"인수할 저축銀 알아봐 달라"
위임 안받고 M&A중개 활개


한 시중은행 임원 A씨는 최근 한 브로커로부터 "중국 공상은행(ICBC)에서 국내 저축은행 인수를 알아보고 있으니 좋은 곳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국내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매물이 많이 나와 있을 테니 이 가운데 하나를 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공상은행 같은 대형 금융회사에서 우리나라 저축은행까지 매입하겠다는 데 의문이 들었다. 결국 공상은행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해당 내용을 물어봤고 사실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공상은행에서 위임 받지 않았으면서도 대리인인양 인수합병(M&A) 물건을 알아보고 다니는 브로커들이 많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현재 그런 건만 20여개가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금융권에 중국 공상은행 경계령이 떨어졌다. 공상은행을 내세워 M&A 등을 하겠다는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브로커가) 공상은행장을 잘 알고 있는데 함께 투자 등을 할 수 있도록 잘 말해줄 수 있다"며 "연락을 해오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상은행의 규모와 중국의 넘치는 외환보유액 등 때문에 공상은행을 사칭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해석했다. '더뱅커'지에 따르면 공상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기본자본(1,133억달러) 기준으로 세계 6위에 올랐다. 지난해 세전 이익만 325억달러에 이른다. 공상은행 측은 지난 4월 현재 4%인 해외사업 자산 및 수익비율을 오는 2016년까지 10%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만큼 해외 진출을 많이 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공상은행은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낯설지 않다. 공상은행은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하고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6월에는 공상은행과 국민은행이 공동으로 위안화 무역결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공상은행은 지난해 11월 광주은행을 인수하겠다며 예금보험공사에 인수의향서(LOI)를 내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공상은행과 시도하던 전략적 제휴작업도 공상은행의 소극적인 입장 때문에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며 "대형 은행인 공상은행 입장에서 한국 금융사는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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