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판교 당첨자 발표가 끝나면 5월 한달간 전국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말 그대로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청약통장의 ‘블랙홀’로 여겨졌던 판교 신도시 이후에도 지방선거와 월드컵, 휴가철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건설업체들은 악재들의 틈새인 5월 분양에 온 힘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16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다음달 전국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무려 113곳, 5만4,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계획물량(60곳 2만4,600여가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5월에 분양물량이 집중된 것은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판교는 피하고 보자’며 상반기 분양을 연기해 온 탓이 크다. 게다가 5월31일에는 지방자체단체 선거가 치러지고 6월9일부터는 독일 월드컵 본선 개막이 예고돼 있다. 선거와 월드컵은 아파트 분양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아파트 청약에 대한 관심을 줄게 할 악재들로 평가된다. 월드컵이 끝나는 7월부터 8월까지는 장마와 여름 휴가철이 이어지는 전통적 분양 비수기다.
대우건설의 경우 수원 영통 월드마크 주상복합을 비롯해 아산시 모종동, 수원 천천 주공 재건축, 부천 중동역 2차 등 4월말~5월에만 총 10개 현장에서 4,800여가구(일반분양분)를 쏟아낼 예정이다.
올해 분양이 한 건도 없었던 GS건설도 5월에만 수원, 경남 창원, 충남 조치원 등 6곳에서 2,900여가구를 내놓기로 했다. 용인 성복동에 838가구를 분양하는 CJ개발도 용인시와 분양가 협의 등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어떻게든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분양을 끝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분양물량이 5월에 한꺼번에 몰리면 수요층이 엷은 지방에서는 미분양 가능성이 커 무턱대고 5월에만 집중하기도 만만치는 않다.
아예 월드컵 열기를 분양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연계 마케팅을 준비중인 업체들도 많다.
월드건설은 대구 달서구 월배지구 분양이 월드컵 기간과 겹쳐질 경우 한국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엔 주민들에게 모델하우스를 공개하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5월말 모델하우스를 공개하는 화성 향남지구 11개 동시분양 업체들도 청약일정이 6월로 잡혀 있어 월드컵에 쏠린 청약자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마케팅을 계획 중이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경남기업은 다음달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천안 청수동 2곳의 분양을 앞두고 붉은악마 공식 응원복을 입은 채 축구공을 들고있는 전속모델 배용준씨 사진을 서울시내 16개 지하철과 서울역, 동대구역 등에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