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무기기 전문업체인 제록스가 최근 리처드 토맨 사장(54)을 최고경영자(CEO)로 내세우고 회사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대수술에 나섰다.새로 회사의 사령탑에 오른 토맨 사장은 2년전 IBM에서 옮겨올 때부터 폴 알레르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약속받았을 만큼 탁월한 경영감각과 해박한 기술지식을 갖춘 것으로 널리 알려져왔다.
토맨 사장이 취임후 내건 최대 경영목표는 「모든 사무기기의 디지털화」와 이를 통한 「사무 공간의 정보서비스화」다.
급속한 사무공간의 변화에 맞춰 단순한 복사기만 공급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주력 상품을 첨단 디지털제품으로 재편하고 사내 문서 종합관리, 정보시스템 제공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맨 사장이 내놓은 야심작이 바로 고객 맞춤형 프린팅사업이다.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장의 수준과 필요에 맞춘 제록스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한 제조업체엔 모두 250가지에 달하는 제품 매뉴얼을 제공, 조립 라인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문서 시스템을 구축해주기도 했다.
토맨 사장은 또 21세기를 앞두고 사무기기 판매업체에서 첨단 기술관련 서비스업체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단지 제품을 팔기만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고객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록스의 모든 제품을 거래 고객의 PC 및 서버 컴퓨터와 연결하는 광범위한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정보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주고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 등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XL커넥트를 인수해 1,500명의 네트워크 전문가를 흡수한 것도 이같은 전략에서 이루어졌다.
이들 전문가들은 복사기를 설치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문서를 검토해주고, 이를 중요도에 따라 재분류하는 작업까지 도맡아 주고 있다.
사실 토맨이 97년 제록스로 옮겨온 이후 회사의 경영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제록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18%나 늘어난 27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판매액도 194억 달러로 90년대 들어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영업팀을 업체의 필요에 맞춰 팀체제로 재편하고 9,000명의 인력을 감축, 생산 비용을 10%나 절감하는 등 그의 구조조정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지난 72년 매킨지사의 컨설턴트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토맨은 그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RJR 나비스코, IBM 등을 거쳐 재무통으로 명성을 날려왔다.
특히 루이 거스너 IBM회장과는 그의 후견인으로 불리워질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상범 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