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연기자들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볼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감정을 잡고 살짝 눈시울을 붉힌다거나 펑펑 우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뛰어난 연기력의 소유자일수록 눈물 흘리는 연기도 역시 잘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안약을 넣지 않고도 잘 우는 연기의 비결은 역시 연기자의 '감정'과 '감수성'이라 할 수 있는데…. 과연 드라마에서 눈물연기 장면이 진짜로 눈물을 흘리는 걸까. 아니면 눈물 연기하기 바로 전에 안약을 넣는 걸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극중 상황에 자연스럽게 매치가 되는 경우는 눈물 연기가 자연스럽고 연기가 돋보인다. 상당수가 진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눈물 연기를 하려면 연기자들이 극중에 배역을 잘 소화 시키려는 의지와 순간적인 감정몰입이 뛰어나야 한다.
탤런트들이 우는 장면을 연기할 때 대부분은 '큐' 사인 직전 1분 정도 감정몰입 시간을 갖고 사인이 내리기 전까지 감정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큐' 사인이 떨어지면 한 순간 쌓아놓은 감정을 폭발 시키게 되는데 이 시간에 연기자들은 부모나 친구 등의 죽음을 생각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는 옛 애인과의 결별, 회상ㆍ슬픈 일 등을 떠올리면 눈물은 틀림없다고 한다.
가장 빨리 울 수 있는 연기자로는 단연 이영애씨를 꼽을 수 있는데 이씨는 '다모'의 후속작인 '대장금' 첫 타이틀 신에서 '고'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눈물을 흘렸다니 눈물이 고여 흐르기까지 약 5초 정도 걸렸다는 얘기다. 하여튼 대단한 감정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눈물이 안 나와 고생한 배우도 있다고 한다. 어떤 드라마에서 모 배우는 정작 눈물이 나와야 할 시점에서 눈물이 나오질 않아 2시간이나 고생을 했다는데, 결국 참다 못한 PD로부터 불호령에 꾸지람까지 더해져 서럽게(?)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다행히 그 장면에서 OK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극중에서 눈물을 많이 흘리다 보면 눈물샘이 말라 정작 눈물을 흘려야 할 장면에서 눈물이 나지 않는 웃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안약이나 약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눈물을 흘려야 할 시간과 양에 따라 사용하는 약품이 달라진다.
연기자가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울어야 하고 눈물 양이 많아야 할 경우에는 티어스틱(Tearstick)을 사용한다. 파스처럼 톡 쏘는 기운이 있는 티어스틱을 눈 아래 바르면 4∼5분 뒤엔 울고 싶지 않아도 눈물을 줄줄 흘리게 된다. 약간의 눈물을 흘려야 될 때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안약을 사용한다. 그 경우엔 보통 2∼3분 뒤에 눈물이 흐른다.
눈의 구조상 눈물을 만들어내는 눈물샘은 윗눈꺼풀 바깥쪽에 있기 때문에 진짜 눈물은 바깥쪽부터 나게 된다. 그러나 눈 중앙부에서부터 흐르는 눈물은 가짜 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체 구조학적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기자들이 드라마에서 흘리는 눈물이 진짠지 가짠지 시청자들이 구별한다는 것은 연기자 본인이 아니고는 사실 알기가 힘들다.
윤호병원안과원장ㆍ의학박사 www.pluslasi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