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한 것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인수위 역시 이 같은 점에 착안, 한국경제가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며 새 정부는 현 정부정책과 일관된 구조조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왜 방문했나=지난 6일 무디스 사는 한국 정부에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불거진 북핵 사태와 여중생 사망사건에 따른 촛불시위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정부는 무디스를 이틀간 한국에 초청, 외국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국내경제가 여전히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설명하기로 한 것이다. 무디스는 첫 날인 20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북핵 전문가 등을 방문해 현 경제상황을 1차적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토마스 번 한국담당총책임자는 “북한이 변수로 등장했지만 북한과 미국은 모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한 차례 비췄다. 관심은 자연히 새정부 경제정책의 방향타가 될 인수위로 쏠렸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무디스가 인수위와 면담한 시간은 1시간30분 가량. 김진표 부위원장과 인수위 경제1,2분과 이정우, 김대환 간사, 재경부 관계자 등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1시간은 인수위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했고 나머지 시간은 문답이 오갔다. 인수위는 노무현 당선자가 암참과 유로참에서 연설한 내용과 KBS 국민과의 토론에서 발언한 내용 등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김 부위원장은 “새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은 기업, 시장, 노사에 관한 모든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향상시키는 것이며 개혁의 목표는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급격한 정책 변경에 대한 우려에 대해 개혁은 장기적, 자율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구체적으로 새 정부의 기업정책은 5+3 정책, 상시 구조조정의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현 정부 후반기에 미진했던 개혁부문을 점검하고 보완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경제성장률 7% 달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물가급등의 우려가 없겠느냐는 질문에 7% 공약은 임기 말까지 잠재성장률을 7%로 높이겠다는 의미이며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아닌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향상
▲연구개발(R&D)투자 증대
▲산학협동을 통한 기술향상 등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문제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경제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무디스측이 지적하자 인수위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해결로 전쟁을 억제할 것이며 경제운용에 있어서 북핵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국가신용등급 영향은=관심은 이번 방문이 국가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면담후 무디스측에서 신용등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정부 측 반응은 고르지 않다. 김 부위원장은 “인수위는 외환위기후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앞장서 온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며 “하지만 향후계획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인수위 한 고위관계자는 무디스가 인수위 측 설명에 만족했냐는 질문에 “(북핵문제 등과 관련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느꼈다”며 국가신용등급하향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