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배심원 평결에 이어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2건의 예비 판정에서 잇따라 삼성전자에 완승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독일ㆍ영국ㆍ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내려진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법원에 이어 정부까지 자국 기업 편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홈 그라운드의 이점 톡톡히 누려=애플은 삼성전자와 진행하는 전세계 9개국, 30여건의 특허 소송에서 유독 미국에서만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첫 시작은 8월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배심원 평결이었다. 해당 재판은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 배심원장인 벨빈 호건의 자격 논란에 이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평결과 함께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라는 거액의 배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재판에 대한 최종 판결은 12월 이뤄질 예정이지만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최근에는 벨빈 호건이 배심원 평결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지적과 함께 배심원들이 평결 기준으로 삼았던'배심원 평결지침(Jury Instruction)'에 법률적 오류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까지 삼성전자가 표준 특허를 남용했다며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애플이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미국에서 삼성전자에 일방적인 승리를 이어가는 이유를 자국 기업의 특허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해주는 경향이 강한 특허법의 특징에서 찾기도 한다. 또 배심원 제도가 도입돼 있는 만큼 자국 기업에 유리한 평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유럽ㆍ한국에서는 삼성 승리 잇따라=반면 유럽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잇따라 승리하며 소송의 판세를 유리하게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과 독일 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에 대해 비침해 판결을 내렸다.
18일 영국 항소 법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은 유럽의 주요 홈페이지와 영국 일간지 등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24일에는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본안 소송 1심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유럽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와 달리 유럽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디자인 특허는 물론 핵심 상용 특허로 분류되는'멀티 터치' '바운스 백' 등이 잇따라 기각되며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애플에 일방적인 판결이 나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은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에 유리한 판결은 결국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