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삼성전자 큰 타격 없을 듯... 둥근 모서리 디자인 거부는 애플에 뼈아픈 결정”

삼성전자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자사제품 수입금지 판정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즉각 항고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3일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ITC의 결정에 이례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삼성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논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 “오바마 거부권 행사 안 하면 항고”= 삼성전자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ITC 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즉각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ITC 판정에 대해 제소당한 측(삼성전자)은 곧바로 항고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연방순회항소법원(CFAC)에 항고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ITC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거부권 행사 기간이 끝나는 10월 초쯤 항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ITC에 항고하면 삼성전자가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ITC가 침해를 인정한 특허는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 관련 특허(특허번호 '949특허)와 헤드셋 인식 방법 관련 특허('501특허) 2건인데, 이중 ‘잡스 특허’로 유명한 휴리스틱스 특허는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무효 예비판정을 받은 상태다. 특허청이 ‘무효’라는 최종 결론을 내리면 애플은 그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자국기업 편든 ITC, 보호무역 논란 가열= 미국 행정부가 애플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최종판결에 대해 의외의 거부권 행사 뒤 곧바로 삼성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서 미국의 ‘자국기업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 결정에 대해선 표준특허 남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번 건은 상용특허와 관련된 것이어서 ITC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호무역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ITC는 최종결정에서 상용특허 2건에 대해서만 침해를 인정했고, 디자인 특허를 포함한 2건의 특허에 대해서는 '비침해'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 큰 타격 없을 듯…디자인 특허 비침해 애플에 뼈아픈 결정= ITC의 이번 결정에 대해 외신들은 “애플이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삼성전자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둥근 모서리 디자인이 특허로 인정되지 않은 것은 애플에게 뼈아픈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삼성이 스마트폰 디자인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월 이래 삼성전자의 갤럭시 S4 판매량은 2,000만대로 이미 갤럭시 S3의 70%를 넘어섰다”며 “구형 제품의 수입금지로 인한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둥근 모서리와 직각 스크린 디자인을 채용한 게 어떤 잘못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 받았다”며 “애플의 소소한 승리보다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