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현철 연세대 교수

세계 최초 당뇨병 완치 실마리 찾아"환자의 아픔이 얼마나 큰가를 아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쾌거다." 연세대 이현철(52) 교수가 세계 최초로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을 때 주위 사람들이 한결같이 그에게 건넨 말이다. 이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20년간 그것도 매일 수십 명의 환자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그에게 당뇨병은 '인류 최악의 질병'이었다. 관련기사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한 환자가 있었어요. 결혼을 며칠 앞둔 젊은 신부 였어요. 그녀는 당뇨병 환자라는 것이 시댁 식구들에게 알려져 파혼을 당했고 결국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어요. 이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이 교수는 당뇨병 때문에 결혼하거나 임신하는 것조차 꺼리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고 말한다. 환자들의 아픔은 남의 것이 아니다. 이 교수는 아픔을 함께 한다. 그는 현재 당뇨병 환자들의 모임인 '늘 푸른회'의 고문이다. 힘 닿는대로 환자들을 돕고 있다. 얼마 전 '21세기 당뇨병 예방과 치료'(가람출판사)라는 책을 펴낸 그는 수익금을 늘 푸른회에 기부키로 했다. 이현철 교수는 세계 최초로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바로 인슐린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한 것이다.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는 췌장을 대신해 간을 이용, 인슐린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인슐린 유도체를 분비토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획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전의 유전자 치료법과는 달리 인슐린 분비를 자동 조절한다는 것. 종전의 유전자 치료법으로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할 수가 없었다. 인슐린 주사는 번거로운데다 몸에 흉터를 남긴다. 췌장 이식은 장기를 공여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든데다 평생 면역 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인슐린 유전자 치료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혈당을 스스로 감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개발되지 못했다. "인슐린 유도체에 신체 혈당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일종의 센서를 달았어요. 촉진인자(Promoter)가 바로 센서 역할을 하죠.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한번의 치료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췌장이식 수술, 인슐린 주사, 유전자 조작 등의 치료법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의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에 그것도 '비중 있는 논문(New & View)'으로 실려 전세계에 알려졌다. 당뇨병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인 미국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 제럴드 올레푸스키 교수는 "이 연구는 동물실험단계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의학의 기초 연구가 어떻게 임상으로 발전하게 되는지를 잘 알게 하는 논문 "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가 이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동 연구'. 이수진 박사(당시 박사과정), 생화학교실 김경섭 교수, 내분비 연구소 신항철 교수가 힘을 모았다. "이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4년 전 이었어요. 그러나 2년 넘게 큰 진척이 없었죠. 제 전공인 임상에만 매달렸기 때문이었어요. 이 때 김경섭 교수를 만났고 연구는 급진전 됐어요. " 임상분야에 강한 그 자신과 유전자 조작에 능한 생화학이 만나면서 엄청난 상승효과를 거뒀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 그는 공동 연구의 엄청난 힘을 실감했다. 그래서 현재 인슐린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과학기술자들도 선진국처럼 공동 연구그룹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과학기술은 한 명의 똑똑한 과학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집착과 이기심을 버리고 분야를 떠나 서로 힘을 합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다른 나라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어요." 과학자들은 논문을 발표할 때 밑에 두고 있는 연구원의 이름을 빼는 경우가 많다. 명예욕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모두 노력한 덕"이라며 논문에 연구원들의 이름을 모두 넣었다. 그는 이 달의 과학자상의 부상으로 받는 1,000만원의 상금도 나눌 계획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어요. 이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했을 뿐이죠. 앞으로 개나 원숭이처럼 큰 동물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인체에 적용하는 단계가 기다리고 있어요." 이 교수는 사람이 인슐린 유전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개나 원숭이, 사람의 유전자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기술개발 소식을 듣고 먼저 치료해 달라는 환자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서둘러 연구인력과 장비에 대해 투자해야만 빨리 치료법을 실용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네이처에 연구 논문이 발표되자 선진국들도 잇따라 유사한 연구에 나서고 있어요." 그는 우리나라가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내고도 선진국보다 늦게 실용화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특히 유명 다국적 기업에서 기술을 팔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 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현철 교수는 어린시절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선친께서는 제가 어렸을 대 조그마한 사업을 하셨어요. 별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불쌍한 이웃만 보시면 도와 주셨죠. 선친을 보면서 커서 의사가 돼 아픈 사람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의사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이뤘다. 그러나 교수도 겸임하다 보니 이웃을 돕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에 연구까지 맡고 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그렇지만 이 교수는 틈만 나면 환자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이력 ▦49년 전북 순창 생 ▦74년 연세대 의대 의학과 ▦84년 연세 연세대 의대 의학과 박사(미생물학) ▦85~86년 미국 하버드 의대 당뇨병 센터 연구원 ▦91년~ 연세대 의대 교수 ▦2001년~ 세브란스 병원 당뇨병센터 소장 ◇학회 ▦대한 당뇨병 학회 회원 ▦대한 내분비학회(감사)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이사) ▦대한 비만학회(이사) ▦미국 당뇨병학회(America Diabetes Association), 정회원 ▦유럽 당뇨병학회(Europian Association of Study of Diabetes), 정회원 ◇수상경력 ▦92년 당뇨병학회, 당뇨병학회 학술상 ▦92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제 3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9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보원학술상 ▦99년 연세대학교, 연세대 우수업적 교수상 ▦2000년 연세대학교, 연세를 빛낸 동문상(학술부문) ◇심사의원 ▦박승덕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구본국 삼성전자 기술총괄고문 ▦권영한 한국전기연구소 소장 ▦김진동 서울경제신문사 주필 ▦김충섭 한국화학연구소 소장 ▦남수우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 교수 ▦박호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이문기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손장열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여종기 LG화학기술연구원 원장 ▦이준승 이화여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정명세 ㈜덕인회장 ▦정재명 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 ▦채재우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최재익 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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