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지난 11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업종대표주과 배당주를 중심으로 4,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연말까지 ‘윈도 드레싱’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내년에는 주식투자 비중을 올해보다 대폭 확대하면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연기금이 사들이는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기금, 소리 없이 꾸준히 산다=연기금은 8월 이후 5개월 연속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상승을 이끌고 있다. 특히 11월 이후 외국인과 투신이 각각 1조원 안팎을 순매도하는 동안 4,000억원 넘게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재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이달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으며 연말까지 윈도 드레싱에 나서면서 지수가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ㆍ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내년 투자한도액이 올해보다 5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연기금의 매수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윈도 드레싱이란 결산기를 앞둔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펀드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기금의 주식매수금액 중 상당 부분은 지난해 차익을 재투자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새롭게 증시에 유입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올해 주식시장 성과는 지난해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증시에 투자할 여력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기금은 앞으로 매우 안정적인 매수주체가 될 것이며 장기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한몫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대표주, 배당주 등 장기투자종목 매수=장기투자를 하는 연기금의 특성상 배당 관련주와 업종대표주가 주된 매수종목이다. 이달 들어서도 고배당주인 한국전력을 153억원어치 사들였고 신세계ㆍ대한항공ㆍSK 등 업종대표주를 순매수했다. 올해 연간 순매수 종목도 롯데쇼핑ㆍ우리금융지주ㆍKT&G 등 내수주와 SK텔레콤ㆍS-Oil 등 고배당주, 대림산업ㆍ대우건설ㆍ현대건설 등 건설주 등을 대거 사들였다. 김 연구원은 “주가 상승으로 국내 증시에서 배당투자의 메리트는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장기투자자에게 배당은 여전히 중요한 투자요소가 된다”면서 “실제로 국민연금 등은 증권사 리서치에 긴 호흡에서 가져갈 만한 종목을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중장기 투자를 하는 연기금은 안정적 배당성향을 지닌 우량 내수주와 업종대표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라면 연기금이 계속 사들이는 업종대표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연말까지 단기 수익률 제고에 관심이 있다면 이달 들어 연기금이 사들이면서 윈도 드레싱에 나서는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