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김모씨는 이동통신사 판매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이폰6를 '공짜'로 사라"며 "KT로 번호이동을 하고 6만원대 요금제를 쓰면 30만원의 현금을 준다"는 것이다. "2년 약정 할인까지 더하면 사실상 마이너스폰"이라며 "SK텔레콤, LG유플러스로 옮겨도 비슷한 보조금을 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불법 보조금 대란이 일어났다. 차별적 불법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아이폰6에 무너진 것이다.
2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에 서울 시내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이 아이폰6(16GB)를 10만~30만원에 판매했다. 월 10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10만원, 6만원대 이상 요금제는 30만원에 팔았다. 때문에 간밤에 시내 일부 판매점에는 아이폰6를 사려는 고객이 수십 미터 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폰을 공짜에 살 수 있다"거나 "공짜에 샀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이폰을 제값 주고 산 고객들은 졸지에 '호갱(호구+고객)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행 단통법에 따르면 아이폰6의 최저 판매가는 50만원 가량이다. 아이폰6(16GB) 출고가가 78만9,800원이고, 지난 31일 기준 이통사가 공시한 최대 보조금이 25만원에 판매점과 대리점의 합법적인 추가 보조금 15%를 더해도 최대 보조금이 28만7,500원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불법 보조금 대란은 이통3사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판매점에 살포하면서 야기됐다. 일부 이통사는 리베이트 격인 판매장려금을 최대 60만~70만원까지 뿌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소비자들에게 불법 보조금으로 지급된 것이다.
이통사들이 불법 보조금 살포 행위는 아이폰6 출시 이전부터 감지됐다. 일부 판매점에서 갤럭시노트4 등에 대해 공시 지원금 외에 20만~3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단통법에 대리점ㆍ판매점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돼 있어 일부 지인 등을 대상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지급되던 불법 보조금이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확산된 것이다.
한 판매점주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통사들은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음성적으로 리베이트를 뿌렸다"며 "아이폰 판매 경쟁이 불붙자 거액의 리베이트가 대량으로 살포됐고, 매출 하락에 허덕이던 판매점들이 이에 호응한 것"이라고 전했다./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