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수사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진상규명에 협조하면 최대한 선처한다'는 정부 방침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관심을 모은다.
청와대는 5일 정무관계수석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불법행위에 직ㆍ간접적으로연루된 직원들은 진실을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기를 당부드린다. 진실을 밝히고 전모를 규명하는 일에 함께 하면 정부 권한으로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과거 국정원의 도청 사실을 규명할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현재로서는 국정원 관계자들의 `입'을 열어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가 모든 걸 지고 가겠다"며 `상부 보고라인'을 밝히지 않는 오정소 전국정원 차장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도청 관련 국정원 인사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저간의 사정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처'란 일종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 성격을 띤 모종의 조치로 `수사에 협조하면 처벌도 가볍게 하지만 끝까지모르쇠로 일관하면 엄벌하는' 내용의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플리바게닝이 법제화돼 있는 미국에선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하거나 범행사실을 자백할 경우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 법원에 가져가면 판사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유죄 협상이 이뤄진다.
미국에는 범죄별로 양형기준표가 있고 우리나라와 달리 판사가 독자적 판단에따라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지 않고 검찰의 구형을 승인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에가능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플리바게닝이 법제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에 대한 `선처' 방식으로 불구속 수사를 하는 방법과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처벌가치가 떨어지면기소유예하는 방법이 종종 사용된다.
반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응하면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기업) 없다'는 원칙(?)을 강경하게 적용하기도 해 논란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청와대가 `진상규명에 협조하면 최대한 선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검찰과 사전에 협의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내놓은 방안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타협책을 제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검사가 피의자의 일부 범죄사실을 발견해도 기소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는 이론상 문제일 뿐 이번처럼 사회적으로파장을 일으킨 막중한 범죄를 눈감아준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한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원칙이나 `피의자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사개추위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취지에 비춰봐도 `협상'이 그리 쉽지는 않다.
결국 검찰이 과거사 진상 규명 취지와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직원법의 엄중한처단형 사이에서 국정원 도청 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입을 열 지가 수사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