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총수 형제 4명 횡령ㆍ배임 불구속 기소
구속자는 한 명도 없어 재벌 '봐주기 수사' 논란검찰 "박용성 전 회장 국익 감안"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두산그룹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0일 박용오 전 명예회장과 박용성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7남매 중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박용성 전 회장은 사실상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사로서 동계올림픽 유치나 IOC 총회 유치 등 현안이 있는데 대책 없이 구속 수사해서 재판받게 하는 건 국익에 심대한 손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용성 전 회장 등은 10여년 동안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하고, 조성된 비자금으로 일가의 주식인수대금 이자 138억원을 대납하는 등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7남매를 제외하고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등 두산 설립자 4세대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과 총수 일가의 구체적인 배임, 횡령 액수 등 범죄 사실 등은 10일 공식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수사 결과 비자금 조성 혐의가 일부 드러난 박진원 상무 등은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30여명 넘게 관련자를 수사하고도 구속 기소된 총수일가나 전문 경영인, 실무자는 한 명도 없어 `재벌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보인다.
수사팀에서는 당초 박용성 전 회장에 대해 구속을 검토하고 적어도 비자금 조성실무를 맡았던 박용만 전 부회장은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의 잇단 회동 결과 `전원 불구속'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두산산업개발의 고려산업개발 인수와 관련된 주가조작 의혹 등 일부진정ㆍ고발 내용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은 액수가 50억원 이상일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5억원~50억원이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형량이 정해져 있다.
하한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법원이 작량감경(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하더라도 실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법원의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황 차장검사는 "7형제 중 4명이 특경가법상 배임, 횡령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구속시키는 것보다 더 엄중한 처벌이다"며 "향후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검찰이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5/11/09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