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계 'M&A 회오리'
미탈스틸 "아르셀로 인수" 선언…대응책 마련 부심
이재용
기자 jylee@sed.co.kr
세계 1, 2위 철강업체간 '기업사냥'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철강업계가 거대한 인수합병(M&A) 회오리에 휩싸였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미탈스틸이 업계 2위인 아르셀로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촉발된 이번 인수전은 '전선(戰線)'이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JFE홀딩스 등 3, 4위 업체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거대 철강업체들이 기업사냥을 둘러싸고 서로 물고 물리는 '철강 세계대전'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탈스틸-아르셀로 적대적인수전 가열=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기 돌레 아르셀로 최고경영자(CEO)는 "미탈스틸의 이번 인수전은 정치권 및 노조의 반발을 고려할 때 최장 6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아르셀로는 미탈스틸과 미래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르셀로 이사회는 지난 29일 미탈스틸의 인수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이에 미탈스틸의 락시미 미탈 CEO는 티에리 브르통 프랑스 재무장관과 만나 "아르셀로를 인수하더라도 프랑스에서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 및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미탈스틸이 아르셀로 인수에 성공하면 연간 매출 700억달러, 연간 생산량 1억1,000만톤으로 세계 철강시장의 10%를 점유하는 철강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다음 M&A 상대는 누구= 전문가들은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세계 철강업계의 M&A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BN암로의 미셸 소네스 애널리스트는 "만약 세계 최대 철강업체가 2위 업체를 인수한다면 그 다음으로 3위와 4위 업체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3위 철강업체인 일본 신일본제철과 4위 업체인 JFE 홀딩스도 미탈스틸의 인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US스틸ㆍAK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는 물론 중국과 인도의 철강업체들도 잠재적인 인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계 5위 철강업체인 한국의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M&A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류됐다.
◇각국 정부ㆍ업계 대응책 마련에 분주= 이에 대해 아르셀로의 기반국인 룩셈부르크의 장-클로드 융커 총리와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1일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방어자들의 대응움직임도 기민해졌다.
아르셀로와 신일본제철의 동맹전선 구축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아르셀로와 신일본제철의 CEO들은 2일 만나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일본제철의 미무라 아키오 사장은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전이 본격화한 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인수 목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회사의 생존을 확고히 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셀로와 신일본제철은 중국 바오스틸과 함께 상하이에 자동차용 철강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입력시간 : 2006/01/31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