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50세)씨. 한달 전부터 조금씩 손목이 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날부터인가 손에 힘이 없고 감각까지 무뎌졌다. 얼마 지난 후에는 젓가락질이 힘들고 다리에 힘이 빠져 누군가 부축해주지 않으면 보행이 힘들었다.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은 결과 ‘경추척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경추척수증의 경우 초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손놀림이나 손 감각이 둔해지면서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간혹 약간의 외부 충격으로 갑자기 나빠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악화한다. 손의 세밀한 동작이 어눌해져 단추를 채우거나 젓가락질을 하기 힘들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 빨리 되지 못하며, 보행 시에는 다리를 옆으로 넓게 벌려 걸어야 할 정도로 균형 감각이 나빠지기도 한다. 대전선병원 척추센터 채종우 과장은 “경추척수증은 전문의들조차 중풍으로 오인하기 쉬워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면서 “정확한 진단이 늦어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신경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경추척수증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생소한 질환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의료수준 및 의료진단 기법의 발달로 환자수는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원인은 목뼈 부위의 퇴행성 변화이다. 노화에 의해 척수강 주위 인대나 척추관이 좁아져 이상증상이 온다. 환자에 따라 관절염이 원인일 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졌을 경우 잘 발생한다는 점이다. 척추관 쪽으로 신경을 압박하는 큰 골극(퇴행성 변화에 의해 생기는 뼈)이 생기거나 심한 목디스크(추간판 중앙탈출)일 때 발생할 수 있으며 목 인대가 뼈로 변화되는 후종인대골화증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경추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척수 압박증상은 노인보다 50~60대에 흔한데 어떤 경우에는 40대 초반에 나타나기도 한다. 경추척수증은 뇌 증상처럼 말이 어눌하거나 정신신경장애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중풍과 비슷하기 때문에 신경외과 영역인 중풍과 혼동하기 쉽다. 다만 손의 세밀한 운동에 장해가 생겨 종종 젓가락질하기가 힘들고 잘 떨어뜨리며 와이셔츠 단추 채우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면 의심할만하다. 정확한 검사 및 진단에 의한 감별이 필요하며 진단이 늦어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신경손상을 초래한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검진 시 손 동작이 진단의 열쇠이다. 즉 제4, 5손가락이 정상적으로 펴지지 않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빨리 못하면 일단 경추척수증으로 의심할 수 있다. 초기에는 새끼손가락이 자꾸 벌어지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새끼손가락을 오랫동안 붙이고 유지할 수 없다. 하지의 근력 약화와 강직성으로 보행장애가 심하고 대소변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치료는 보존적인 방법과 수술이 있으나 일단 이상증상이 온 경우라면 보존적인 요법에 의해 호전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 후에는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 등 물리치료가 마비회복에 도움을 준다. 오랫동안 척수증을 앓게 되면 근육이 위축되고 관절이 굳어져 잘 움직이지 못한다. 결국 뼈가 약해져 경미한 외상으로도 쉽게 부러지는 일이 생긴다. 감각이 둔해져 욕창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대소변 장해로 요로감염도 올 수 있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척추변성을 초래할 수 있는 나쁜 습관이나 작업 중 바르지 못한 자세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목이나 어깨의 근육 긴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목의 과도한 운동을 피하고 반신욕 등으로 근육의 긴장을 감소시키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