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절망의 끝에서 부르는 사랑노래

이나영·강동원 주연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나영 세번의 자살 경험 문유정 역 "의상등 직접 선택하며 연기몰입"

강동원 가난끝 사형수 전락 정윤수역 "사형집행장 꿈에 나타날 지경"

꽃미남, 꽃미녀인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만난 두 사람은 의외로 듬직하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 시사회가 끝나고 두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든 첫 느낌이 그랬다. 청춘스타답지 않은 묵직한 연기를 막 보고 나서 였을까.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볍지 않고 진중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이제 막 실체를 공개한 ‘우행시’는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이 영화에서 이나영은 어린시절의 상처를 안고 세 번이나 자살을 감행하는 문유정 역할을 맞았다. 또 강동원은 가난 끝에 사형수로 전락한 정윤수 역을 연기했다. 두 인물 모두 내면 속 깊은 슬픔을 안고 사는 인물들. 한창 인기에 물이 오른 두 사람이 연기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두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강동원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이전에 원작으로 접했는데 정윤수라는 인물이 마음에 와 닿았죠. 특히 사형수라는 묘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는 이나영도 동의하는 부분. “강동원씨가 사형수역을 맞는다는 말을 듣고 느낌이 참 좋았어요. 슬픈 이미지가 사형수와 잘 맞잖아요.” 이나영 역시 이번 작품이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밝힌다. “소재가 강렬해서 배우들이 끌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저도 그냥 보는 순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출연 동기를 밝힌다. 하지만 이렇게 본능적으로 끌린 작품이라 하더라도 연기는 쉽지 않았다. “어려운 연기였어요. 특히 어려운 건 내면연기죠. 특별한 사건 없이 느낌만으로 연기해야 해서 일부러 날카롭게 보이려고도 했어요.” 이나영은 이렇게 연기의 어려움을 밝힌다. 특히 문유정이란 인물은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간직한 복잡한 인물이기에 더욱 세심한 표현이 필요했다. “유정이는 자칫하면 투정만 부리는 인물로 비쳐져 미움 받을 수도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관객들이 유정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물의 세세한 면까지 신경 썼어요.” 그래서 이나영은 유정이라는 인물의 사소한 모습까지도 감독과 상의해 직접 결정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그녀가 입는 옷, 피는 담배, 타는 차까지 모두 이나영 본인이 직접 고심해 선택했다. 그만큼 문유정이라는 인물에 몰입했던 것. 그래서 그럴까. “이제는 당분간 자학하는 연기는 그만하고 싶어요. 그런 인물에 감정이입 하는 거 또 하라면 못할 것 같은 느낌이죠”라고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형수의 낯선 감정을 연기한 강동원은 어땠을까. 의외로 담담하다. “배우가 무조건 경험한 것만 연기할 수 있나요.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조금씩 해결해 갔죠.” 이렇게 말하는 모습이 자못 당차다. 촬영과정에서 강동원을 비롯한 감독과 배우들은 사형수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강동원은 “막연하게만 만났는데 만나보니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더라”면서 “밖에 사는 사람들보다 여유롭고 사람과의 교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느낌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강동원도 마지막 사형집행장면만큼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생을 마감하는 어두운 순간을 연기하는 것은 한없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요. 사형집행장면이 지금도 꿈에 나타날 정도죠.” 이렇게 말하는 강동원의 커다란 눈망울이 그렁그렁거린다. 영화 속에서 문유정은 정윤수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로 나온다. 두 배우의 실제 관계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나영은 “내가 누나”라며 배시시 웃는다. 내성적이기로 유명한 두 사람이기에 서먹하지는 않았을까 물었더니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친해졌다고 말한다. “영화 촬영 전부터 만나 작품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처음엔 영화에 대한 걱정도 많이 했지만 함께 밥 먹고 술 먹고 하면서 영화에 묻어가다 보니 걱정은 어느새 사라졌구요.”라고 말하는 이나영. 실제로 두 사람은 인터뷰 중 툭툭 장난을 거는 등 실제 오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강동원은 “누나는 굉장히 착한 사람“이라며 머쓱해 한다. 이나영 역시 “정직하고 맑은 사람이고 곧은 사람”이라며 서로를 칭찬한다. 그렇게 말하는 두 사람의 수줍음 너머로 진지한 작품을 하면서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의 신뢰가 느껴졌다. “두사람에게서 꽃미남ㆍ꽃미녀라는 타이틀을 떼내고 싶다”던 송해성 감독의 바램처럼 두사람은 어느덧 ‘진지한 배우’가 돼 있었다. 특히 ‘우행시’라는 어려운 강을 막 건넌 터라 묘한 여유까지 느껴졌다. 새롭게 변신한 두 사람의 모습을 만나게 될 관객들의 반응이 자못 기대된다. 이들의 진지한 연기가 돋보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4일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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