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몰드(master moldㆍ거푸집) 제작을 끝내고 3~4일에 한 척씩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영국의 보트회사 등에서 중국 요트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중국에 함께 진출해보자고 제안하는데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면서 해외 업체와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할 것입니다."
오는 30일 경기도 전곡항ㆍ탄도항에서 열리는 제5회 경기국제보트쇼에 4년째 자체 제작한 요트를 들고 참가하는 이중희(45ㆍ사진) 블루갤럭시 대표는 올해 출품작인 모노헐(mono hull)형 요트 '스파이더'의 마무리작업으로 한창 바쁘다.
요트 제작은 철강ㆍ소재ㆍ섬유ㆍ부품ㆍ컴퓨터산업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알루미늄ㆍ복합수지 등 선체 재료에 따라 기술도 천차만별이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요트 돛으로 쓰는 섬유나 선체용 철강 혹은 알루미늄 등은 국내에서 반가공제품으로 싼값에 수출한 뒤 약 2배 가격에 요트 제작용으로 수입되는 경우가 많다. 부자재부터 국산화를 시작했는데 접착제의 경우 10여년간 업체에 요청을 거듭, 수입품의 90% 정도까지 품질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중국 링웨이사의 디지털피아노 국내 유통을 맡던 그가 요트 제작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0년 초 부산 수영만에서 요트를 탄 게 계기였다. 2002년 처음 요트 제작을 시작한 그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인터넷을 스승 삼아 정보를 모으고 해외 자재 수입상에 필요한 정보를 캐물어 선체를 만들었다.
선체를 컴퓨터로 디자인한 다음 거푸집을 제작해 본체를 찍어내는 몰드형 요트를 선택한 이 대표는 "마스터몰드의 3D 디자인 제작비를 아끼려고 1년 동안 4명이 사포로 문질러 몰드를 만들었는데 애써 만든 배가 태풍에 반파되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파손된 여러 척의 요트 중 우리 것만 가라앉지 않아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이제 마스터몰드 제작을 끝내고 3~4일에 한 척씩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영국의 보트회사 등에서 중국 요트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중국에 함께 진출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한다"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면서 해외 업체와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를 제대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검증은 권기성 전 요트 국가대표가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권 전 국가대표 등 요트 동호인들이 요트문화 정착을 위해 내 일처럼 도와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한 뒤 "목숨을 담보한 배인 만큼 안전과 편리성 검증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요트 선박장이 10여곳에 불과한 것은 요트 대중화에 걸림돌이지만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폐항을 요트 선박장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그는 "주5일제 수업이 본격화하면서 지자체별로 요트를 체험학습에 넣기도 하고 해양청소년단을 중심으로 요트 강습을 기획하는 등 청소년들이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요트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요트를 타볼 기회가 많아 어른이 되면 요트 타는 게 자연스럽다. 특히 유럽에서는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을 위한 요트 제작 동호회도 많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자동차는 대부분 정해진 길로 달려야 하지만 요트는 물 위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자연과 하나되는 쾌감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아직 귀족 레저문화로 치부되지만 5년 내 요트가 레저문화의 중심에 서고 첨단기술의 복합체인 요트는 해양레저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