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기 국수전도전5번기 제3국 ○ 윤준상 6단 ● 이세돌 9단 (2007년 12월10일 한국기원) 1대1이 될 수 있었는데 2전2패가 되고 말았다. 국수 윤준상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제2국에서 99퍼센트 잡았던 대마를 놓치고 불계패를 당해 버린 윤준상은 패닉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서봉수9단은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구경한 역전패 가운데 가장 기막힌 것이었다. 윤준상은 이 바둑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서봉수에게 물었다. "구경한 것 말고 실제로 겪은 것 가운데 가장 기막힌 역전패는 뭐였지?" "그건 기억이 안나지만 기막힌 역전승을 기억하고 있지." "어떤 바둑이었지?" "오타케9단과 두었던 응창기배 결승 제5국. 다 졌던 바둑을 기적적으로 역전승했었지. 상대인 오타케는 완전히 얼빠진 것처럼 한참 아무 말도 못하더라구." 1992년에 있었던 응창기배 결승 제5국. 당사자인 서봉수는 그 진행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국수전 제3국은 제2국이 두어진 날로부터 8일 후에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렸다. 이세돌의 흑번. 백8의 세칸낮은협공은 최근에 청소년 기사들이 자주 쓰는 일종의 유행형이다. 여기서 흑9로 크게 씌워간 수가 서반의 이채였다. 흔히 대사(大斜)씌움이라고 하며 대사백변(大斜百變)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형태인데…. "원래 이런 대형정석은 고수들이 기피하는 법이지요. 바둑판의 4분지1이 그냥 결정되어 버리니까 재미가 적거든요. 그런데도 이세돌이 이것을 선택한 것은 요즈음 잦은 대국으로 피로가 겹쳤기 때문일 겁니다. 고심하기가 싫다는 얘기지요."(김승준9단) 검토실에 있던 필자는 참고도의 백1 이하 흑6까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서봉수에게 말하자 그는 한참을 웃었다. "그런 그림은 절대로 생기지 않아. 참 멍청한 감각이로군." 과연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대국자 쌍방의 실수가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