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표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 우리경제는 예상보다 높은 4.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6.3%나 증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소비심리 회복이 일부 계층에 국한돼 양극화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면 하위 20%계층의 소비는 5.4%증가에 그쳤으나 상위 20%의 소비는 10.6%나 급증한 것이다.실제로 실물경제에는 뭉칫돈이 굴러다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최근 분양된 21억원대 아파트는 하루만에 계약이 끝났으며 고급 아파트일수록 분양이 잘 이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국산 최고급 승용차 「에쿠스」는 신규고객 3명 가운데 2명은 할부가 아닌 현찰로 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일부 고급 룸살롱은 예약없이는 방을 잡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백화점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나, 증권·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들어 호화 사치성제품의 수입이 급증, 특히 골프용품·승용차·고급보석류·화장품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도 허리띠가 풀렸음을 반증(反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저가 제품을 취급하는 재래시장은 매출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다.
사실 상위계층의 소비지출은 지난해의 고금리에 힘입은 바 크다. 그만큼 상위와 하위계층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가 있어야 제조업이 살아난다. 문제는 소비의 건전성이다. 과소비·호화사치성 소비는 수입을 부추겨 국내산업을 멍들게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IMF체제다. 해외의 시각은 한국이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소비도 좋지만 과소비·호화사치성 소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17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자칫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우려도 있다. IMF를 극복할 때까지는 허리띠를 풀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