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손해보험 업계의 2위 싸움이 치열하다. 독보적 1위인 삼성화재를 제외한 현대(자회사 합병)·동부(그룹 내 역할 확대)·LIG(KB금융 편입) 등 2위권에 포진한 '빅3' 손보사가 저마다의 영업 모멘텀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경쟁 양상이 대전을 방불케 한다. 삼성화재가 수성에 나서고 5위인 메리츠화재가 대표이사 교체에 따른 영업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면 상위권 손보사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치고 나오는 쪽은 동부화재다. 동부건설·동부제철 등 주력 계열사들이 잇따라 그룹을 이탈하면서 동부화재의 맏형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상황.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인터뷰를 통해 공격 경영 의지를 천명했다.
김 사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매출 10% 성장, 11조원 돌파'를 제시했다.
당장 1월 영업실적에서부터 경쟁구도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6일 금융당국 및 손보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손보 업계의 영업실적을 마감한 결과 동부화재가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각각 129억원(이하 가마감 수치), 1,995억원을 기록해 현대해상(109억원, 1,964억원)을 앞질렀다. 손보 사업구조의 9할에 가까운 장기·자동차보험 분야에서 동부화재가 현대해상을 연초부터 앞서기 시작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현대해상은 영업 드라이브가 걸리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소 늦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부화재의 영업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현대해상의 이른 반격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총자산 규모가 엇비슷한데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크게 엇갈렸다"며 "하이카다이렉트 흡수합병이 완료되기에 앞서 현대해상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LIG손보와 메리츠화재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LIG손보는 1월 일반보험에서 1,044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둬 상위 5개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거뒀다. 1월에 갱신해야 하는 물건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훼손된 영업력이 회복되는 전조로도 해석된다. LIG손보는 KB금융그룹으로의 편입이 확정됐지만 미국법인에서 생각지 못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최종인수계약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종인수계약과는 별개로 계열사 간 시너지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손보와 카드 등 자회사들의 연계영업 강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역시 경영진 교체에 따른 영업력 강화전략이 곧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가 지난 한 해 자보 시장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새로운 경영진이 이전과 다른 색깔경영에 나설 경우 적극적인 자보 시장 공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위 싸움이 가열되면 삼성화재의 수성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는 올 1월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가 300억원 이상 줄었는데 이는 상위 5개 손보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월간 실적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2위권 손보사가 서로 다른 영업 모멘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해보다 흥미로운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