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역습… 일본 등유값 4년3개월 만에 최고

일본 엔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휘발유와 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직접적인 가계부담 이어지면서 아베 신조 정권이 과도한 엔화 약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원에너지청이 발표한 지난 21일 기준 등유가격은 18리터 1통당 1,784엔으로 1주일 전에 비해 25엔 올랐다. 이는 지난 2008년10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고치이며 8주 연속 상승세다. 가정에서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등유는 겨울철 수요가 급증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등유는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매장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이 도매가격 상승과 별개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휘발유 가격 역시 오름세다. 같은 기간 일반 휘발유 가격은 1리터당 151.1엔으로 전주보다 1.1엔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은 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유도 1리터당 130.7엔으로 같은 기간 1.0엔 올라 8개월 만에 130엔 대를 넘어섰다.

석유제품 가격상승세로 인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 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을 내달 1일부터 1㎏당 15엔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폴리에틸렌은 생필품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생활용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입식품 및 원재료의 가격도 꿈틀거릴 조짐이다. 일본제분은 "밀가루 수입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해외명품브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대형백화점인 다케시야마는 "엔저가 지속될 경우 조만간 해외명품 브랜드들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야지마 겐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로 원유의 수입가격이 상승해 석유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고 있고 뒤를 이어 수입식품의 가격도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엔화 약세에 동반한 물가상승이 가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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